힐링관광지로 사랑받는 국내외 섬
2020년 08월 18일(화) 00:00 가가
섬 풍광에 예술을 입히다…진정한 가치를 만끽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전남의 관광현주소를 잘 설명해주는 속담이다. 수려한 풍광과 풍부한 예술자산을 보유한 전남은 매력적인 관광지임에는 틀림없다.하지만 전남의 섬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개발 보다는 섬의 고유한 가치와 풍광을 보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래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각광받고 있는 고흥 연홍도를 비롯해 일본 나오시마( 直島) 지추미술관, 그리스 산토리니, 슬로베니아의 블레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 연홍도
연홍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방파제에 세워놓은 거대한 흰색 조형물이 눈에 띈다. 이름하여 ‘소라부부’. 소라껍데기 모형의 2개 조형물 옆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빨간색 철제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빨강과 초롱, 파란색으로 산뜻하게 단장된 함석지붕과 다양한 벽화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도 예술품처럼 남다른 ‘포스’를 풍긴다. 선착장 주변 관광안내소 앞에 자리한 집은 벽 전체가 거대한 사진박물관이다. 주민들이 기증한 400여 장의 사진은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연홍도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골목길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버려진 어구(魚具)나 폐품 등을 소재로 한 벽화나 정크아트에서 부터 주민들의 옛 추억을 형상화한 예술품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거금도 출신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 아버지 고향이 고흥인 축구선수 박지성 등 연홍도와 인근 섬 출신 명사들을 그려 넣은 벽화들이 시선을 잡아 당긴다. 폐부표기구로 꾸민 ‘만수무강 경로당’을 끼고 마을 안길로 접어 들면 말뚝 박기 놀이하는 아이들, 조개껍질로 만든 꽃송이, 생선을 굽는 부엌, 물고기를 잡고 소라피리를 부는 아이들의 조형물에 매료돼 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예술의 낙원’, 일본 나오시마
일본 가가와현(香川縣)에 속해 있는 나오시마에 가려면 우노 항이나 다카마쓰 항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우노 항에 도착하면 금발의 외국인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평균 5천명이 나오시마 행 페리에 몸을 실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15분 정도 배를 타고 가다 선착장에 내리면 설치작가 야요이 구사마의 거대한 ‘빨간 호박’이 여행객을 반긴다. 선착장 뒤편으로 칙칙한 미쓰비시 제련소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야요이의 작품 때문인지 산뜻한 인상을 풍긴다. 여기서 해안도로로 10분쯤 차로 가면 그 유명한 지추미술관과 마주하게 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 스타일로 지어진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긴 복도로 이어지는 동선과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공간은 관람객의 침묵을 유도, 마치 예술을 기리는 신전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욱 흥미로운 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 9점만을 위해 미술관이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자연과 빛을 주제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연광선을 끌어들인 공간에 전시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수련의 방’에는 모네 그림 5점이 걸려 있다. 수련의 색상이 빛을 받으며 시시각각 바뀌는 듯한 환시를 불러 일으킨다. 월터 드 마리아의 ‘Time/Timeless/No time’(2004년)은 지름 2.2m의 검은 돌로 만든 구와 27개의 황금빛 나무 오브제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알프스의 진주’ 슬로베니아 블레드
2년 전 동유럽 여행길에 들른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섬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나무 재질의 플레트(보트)를 타고 블레드 호수에서 바라본 성과 마을 풍경은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보석 처럼 떠 있는 블레드 섬을 본 관광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터뜨렸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생긴 호수 답게 잔잔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는 압권이었다.
알프스 서쪽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다. 매년 여름휴가철에는 전 세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배에서 내리면 먼저 바로크 양식의 성모승천 성당에 들르는 게 코스다. 하지만 성당을 둘러 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로 이루어진 계단을 힘들게 고통을 이겨내고 올라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의 이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인들의 신혼여행지 1순위로 꼽힌다.
성당 첨탑 끝에는 누구나 줄을 흔들 수 있는 청아한 소리의 ‘소원의 종’도 매달려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성당의 종을 세 번 치면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에 젊은 청춘남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블레드 섬을 제대로 보려면 1004년 건립된 블레드성으로 가야 한다. 당시 독일의 황제 헨리 2세가 브릭센 대주교에게 블레드 영토를 하사하면서 100여 m 수직절벽에 세웠다고 한다.
순백의 판타지, 그리스 산토리니
우리에겐 오래전 이온음료 CF를 통해 알려진 산토리니는 그리스령 키클라데스 제도 남쪽 끝에 자리한 섬이다. 그리스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를 정도로 독특한 건축양식과 에게해의 푸른 바다가 매력적이다.
산토리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펼쳐지는 풍경의 근원지는 바로 ‘이아’ 마을이다. 산토리니의 상징인 하얀 벽과 하늘색 지붕의 건물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의 화이트톤 건물들은 아침, 점심, 저녁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달라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감흥을 얻는다. 특히 석양 무렵에는 건물들이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연출하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환상 그 자체다.
산토리니의 또다른 명소는 레드, 블랙, 화이트 비치다. 붉은 퇴적층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레드 비치는 붉은 색의 지층 단면과 모래사장이 대조를 이룬다. 특히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닷속 붉은색 자갈들이 이색적이다. 블랙 비치라고 불리는 ‘카마리 비치’는 해변 길이가 1km가 넘는 산토리니 대표 비치로 검은 빛의 모래가 강렬한 느낌을 준다. 화이트 비치는 산토리니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색의 기암 절벽 아래 자리한 비치로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편이라 물놀이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연홍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방파제에 세워놓은 거대한 흰색 조형물이 눈에 띈다. 이름하여 ‘소라부부’. 소라껍데기 모형의 2개 조형물 옆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빨간색 철제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빨강과 초롱, 파란색으로 산뜻하게 단장된 함석지붕과 다양한 벽화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가장 먼저 거금도 출신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 아버지 고향이 고흥인 축구선수 박지성 등 연홍도와 인근 섬 출신 명사들을 그려 넣은 벽화들이 시선을 잡아 당긴다. 폐부표기구로 꾸민 ‘만수무강 경로당’을 끼고 마을 안길로 접어 들면 말뚝 박기 놀이하는 아이들, 조개껍질로 만든 꽃송이, 생선을 굽는 부엌, 물고기를 잡고 소라피리를 부는 아이들의 조형물에 매료돼 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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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미술품을 건축물에 설치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
일본 가가와현(香川縣)에 속해 있는 나오시마에 가려면 우노 항이나 다카마쓰 항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우노 항에 도착하면 금발의 외국인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평균 5천명이 나오시마 행 페리에 몸을 실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15분 정도 배를 타고 가다 선착장에 내리면 설치작가 야요이 구사마의 거대한 ‘빨간 호박’이 여행객을 반긴다. 선착장 뒤편으로 칙칙한 미쓰비시 제련소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야요이의 작품 때문인지 산뜻한 인상을 풍긴다. 여기서 해안도로로 10분쯤 차로 가면 그 유명한 지추미술관과 마주하게 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 스타일로 지어진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긴 복도로 이어지는 동선과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공간은 관람객의 침묵을 유도, 마치 예술을 기리는 신전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욱 흥미로운 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 9점만을 위해 미술관이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자연과 빛을 주제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연광선을 끌어들인 공간에 전시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수련의 방’에는 모네 그림 5점이 걸려 있다. 수련의 색상이 빛을 받으며 시시각각 바뀌는 듯한 환시를 불러 일으킨다. 월터 드 마리아의 ‘Time/Timeless/No time’(2004년)은 지름 2.2m의 검은 돌로 만든 구와 27개의 황금빛 나무 오브제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알프스의 진주’ 슬로베니아 블레드
2년 전 동유럽 여행길에 들른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섬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나무 재질의 플레트(보트)를 타고 블레드 호수에서 바라본 성과 마을 풍경은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보석 처럼 떠 있는 블레드 섬을 본 관광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터뜨렸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생긴 호수 답게 잔잔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는 압권이었다.
알프스 서쪽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다. 매년 여름휴가철에는 전 세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배에서 내리면 먼저 바로크 양식의 성모승천 성당에 들르는 게 코스다. 하지만 성당을 둘러 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로 이루어진 계단을 힘들게 고통을 이겨내고 올라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의 이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인들의 신혼여행지 1순위로 꼽힌다.
성당 첨탑 끝에는 누구나 줄을 흔들 수 있는 청아한 소리의 ‘소원의 종’도 매달려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성당의 종을 세 번 치면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에 젊은 청춘남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블레드 섬을 제대로 보려면 1004년 건립된 블레드성으로 가야 한다. 당시 독일의 황제 헨리 2세가 브릭센 대주교에게 블레드 영토를 하사하면서 100여 m 수직절벽에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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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는 그리스의 키클라데스 제도 남쪽 끝에 자리한 섬으로 그리스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사진·그리스 관광청> |
우리에겐 오래전 이온음료 CF를 통해 알려진 산토리니는 그리스령 키클라데스 제도 남쪽 끝에 자리한 섬이다. 그리스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를 정도로 독특한 건축양식과 에게해의 푸른 바다가 매력적이다.
산토리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펼쳐지는 풍경의 근원지는 바로 ‘이아’ 마을이다. 산토리니의 상징인 하얀 벽과 하늘색 지붕의 건물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의 화이트톤 건물들은 아침, 점심, 저녁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달라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감흥을 얻는다. 특히 석양 무렵에는 건물들이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연출하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환상 그 자체다.
산토리니의 또다른 명소는 레드, 블랙, 화이트 비치다. 붉은 퇴적층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레드 비치는 붉은 색의 지층 단면과 모래사장이 대조를 이룬다. 특히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닷속 붉은색 자갈들이 이색적이다. 블랙 비치라고 불리는 ‘카마리 비치’는 해변 길이가 1km가 넘는 산토리니 대표 비치로 검은 빛의 모래가 강렬한 느낌을 준다. 화이트 비치는 산토리니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색의 기암 절벽 아래 자리한 비치로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편이라 물놀이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