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도주자 쫓아? 말아?
광주서 도주 20대 추락 사망
경찰, 추격범위 등 놓고 고심
2020년 04월 06일(월) 00:00
경찰이 음주 운전자 추격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주단속 현장을 피해 달아나던 20대 남성이 경찰의 추격을 피하려다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단속과정에서 발생할 경찰 부상·사고 등을 우려해 무리한 추격 금지를 권하고 있지만 자칫 음주운전자 추격을 포기하는데 따라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빚어질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사고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광주서부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11시께 광주시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 인근에 설치해놓은 ‘S’자형 음주단속 현장을 피해 달아나던 A(27)씨가 9m 옹벽 아래로 추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27)씨는 ‘S’자형 단속 현장 30m 앞에서 불법으로 유턴, 금당산과 풍암초교 사잇길로 도주하다 경찰차 추격을 피해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사잇길 옆 9m 옹벽을 따라 설치된 가드레일을 뛰어넘었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현장 주변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A씨가 옹벽 높이를 모르고 아파트만 보고 뛰어내렸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경찰은 ‘음주 단속시 도주 차량’에 대해서는 무리한 추격 금지를 권하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 경찰이 잇따라 부상당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이 음주 운전자 추격을 포기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빚어질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사고를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음주 단속 현장 전·후방에 순찰 차량을 배치하고 도주 차량이나 사고 발생 시 대비하고 있지만 순찰차 운전자도 단속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도주 차량 추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차제에 음주 단속에 따른 매뉴얼과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차량을 묵인하는 것은 직무유기로도 볼 수 있다”며 “경찰관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추격을 실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서부경찰은 추격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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