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관광, 이젠 ‘마인드마크’다!
2020년 01월 15일(수) 00:00

[박진현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2년 전 취재차 방문한 경기도 파주는 예상과 달리 꽤 ‘문화적’이었다. 북녁땅과 가까워 삭막하고 무거운 회색빛 도시일 거라는 지레짐작은 빗나갔다. 고층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여타 도시와 달리 아담하고 개성 넘치는 건축물이 많아 흥미로웠다.

특히 내 잘못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 건 ‘헤이리 예술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독특한 외관의 문화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미술관, 갤러리, 카페, 서점은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말 그대로 ‘작품’이었다.

건축도 건축이지만, 15만 평에 달하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진짜 주인공은 예술인들이다. 지난 1997년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 공동체로 탄생한 이곳에는 작가, 미술인, 건축가, 음악인, 영화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380여 명이 스튜디오나 집을 지어 살고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이 둥지를 틀게 된 건 파주의 터줏대감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 덕분이다. 지난 1994년 세계적인 책마을인 영국의 헤이 온 와이(Hay-On-Wye)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임진각의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술인 공동체를 제안했다.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예술인들의 창작 스튜디오를 대거 유치해 도시 곳곳에 문화 바이러스를 퍼뜨리자는 거였다.

이 씨의 계획은 뜻있는 예술인들이 힘을 보태면서 결실을 맺게 됐다.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로 인연을 맺은 입주 예술인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담론을 나누고, 헤이리 전속 작가회까지 결성해 발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 2009년 문화체육부로부터 지방에선 최초로 ‘문화지구’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무엇보다 작업실, 갤러리, 미술관, 게스트하우스 등 창작과 거주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공간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018년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142만 명 남짓. 한해 500만 명이 찾는 임진각과 함께 문화체육부의 ‘한국 관광 100선’에 세 차례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에 고무된 파주시는 파주 출판단지와 연계해 아시아 관광도시의 꿈을 키우는 중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의 성공은 제주 저지 예술인마을 등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역에서도 나주 남천 예술인마을, 구례 예술인마을 등이 조성돼 제2의 ‘헤이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어디 전남뿐이랴. 광주도 변화하고 있는데, 비엔날레 도시 답게 미술인들의 작업실을 지역의 콘텐츠로 가꾸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7년 7월 첫선을 보인 광주비엔날레재단의 ‘GB작가 스튜디오’ 탐방이다. 작가와 시민 그리고 지역사회가 만나는 새로운 문화 지형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강운 작가를 필두로 지난해 말까지 28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실제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빅 이벤트와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는 국내외 유명 큐레이터와 미술관계자들이 이들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만큼 광주 미술을 알리는 쇼케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GB작가’들은 비엔날레 재단이 주최한 결산 간담회에서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자신들의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정례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광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목표로 남도관광 특화거점도시, 글로컬 명품관광 허브도시, 미래관광 첨단트렌드 선도도시라는 3대 전략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올 7월께 컨트롤타워로 ‘광주관광재단’을 설립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위상에 걸맞게 국제관광도시의 허브를 지향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만 화려한 랜드마크나 볼거리,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자칫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사실 근래 관광 트렌드는 하드웨어 중심의 패키지 관광에서 지역의 숨겨진 매력과 스토리를 찾아다니는 개별 여행이 대세다. 또한 단순 체험에서 현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문화 관광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메가 이벤트인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빛을 보지 못하는 ‘구슬’들을 찾아 꿰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특히 도심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업실과 40명이 입주해 있는 예술의 거리의 ‘아트 하우스’, 나아가 전남의 예술인마을들을 마케팅화 한다면 분명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눈이 즐거운 랜드마크에서 벗어나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새기는 ‘마인드마크’(Mindmark)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예술인이야말로 광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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