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석 수필가]스멀스멀 턱밑까지 다가온 지방 소멸
송 민 석
수필가·전 여천고 교장
2019년 10월 02일(수) 04:50

송민석 수필가-전 여천고 교장

지난 6월 남해안 바닷가에서 다시마 건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땡볕 아래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을 건넸으나 대답이 없었다.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몽골에서 단체로 들어와 집단 숙식을 하며 일하는 외국인들이었다.

요즘 섬 지역에서 한국인 선원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필자가 완도의 매생이 양식장에서 만나본, 어구를 말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동남아 출신자였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농어촌이 붕괴되어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농어촌 지역이 사라져 가는 ‘지방 소멸’ 현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시·군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인구 소멸 지역’이 될 전망이다. 그중 경북 의성군과 고흥군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읍 단위 5일장에서 팔팔한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지팡이나 보행기에 의지하는 노인들이다.

1970년도 100만 명을 웃돌던 신생아가 2018년에는 32만 명으로 줄었다. 올해 태어날 아이는 30만 명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합계 출산율’이 두 명은 되어야 겨우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0.98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채 한 명도 되지 않은 합계 출산율이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영국의 옥스포드대 데이비드 콜맨 교수는 “한국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지적을 한 바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남의 경우,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49%)이 전교생 60명 이하의 초미니 학교라고 한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초등학교에서 2부제 수업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입학 아동이 넘쳐나 저학년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도시에서도 초등학교 한 반의 학생이 20명 수준이다.

인구 절벽에 따른 지방 소멸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턱밑까지 다가와 있다. 과거에는 지방의 많은 인재들이 서울보다 지방 국립대학 진학을 선호했었다. 요즘은 정반대다. ‘지방 대학’이라는 말은 ‘지방에 소재하는 대학’이라는 뜻보다는 서울 소재 대학과의 ‘교육의 질적 열세’를 강조하는 말로 쓰이는 듯하다. 거의 모든 청년들이 대학도 직장도 서울에서 다니기를 희망한다. 오죽하면 젊은이들 사이에 ‘지잡대’라는 말이 등장했겠는가. ‘지방대 교수’, ‘지방 병원 의사’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모두가 지방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집중하면서 서울은 세계 최대의 과밀 도시가 된 지 오래다. 서울 집중이 가속화될수록 지방은 소멸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서울은 물리적, 심리적 밀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래 집단의 지나친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젊은이들의 과열 경쟁이 가족 구성에 필요한 통상적인 세 단계인 연애, 결혼, 출산도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三抛) 세대의 출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수도권은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 5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돼 있는 현상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국토 균형 발전과 삶의 질을 위한 인구 분산이 절실한 시점이다. 공공 기관 이전을 마중물로 삼아 기업의 지방 이전과 국·공립대를 통합을 통한 거점 대학 육성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일자리 창출로 청년들을 모으고 지역 특성을 살린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길이다.

“한국인들이 북한의 서울 포격 가능성은 거론하면서도 ‘출산율 저하’라는 또 다른 심각한 위험에는 완전히 침묵한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누엘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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