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 김국희 "말없이 보듬는 은자, 저와 닮았죠"
뮤지컬 '빨래' '구내과 병원' 등 출연한 베테랑 배우
2019년 09월 08일(일) 20:06

수줍은 김국희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출연한 배우 김국희가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멜로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이 총 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10년에 걸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관객들이 마음을 연 덕분이다. 김고은·정해인의 실제 연인 같은 달곰한 멜로 연기도 눈부시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또 한 배우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남녀의 아픔을 말없이 보듬어주는 은자 역할의 김국희(34)다. 극 중 은자는 부모를 잃은 미수(김고은 분)를 친언니처럼 돌봐주고, 미수 엄마가 남긴 제과점도 함께 운영하며 세상을 헤쳐나가는 인물이다. 갑자기 나타났지만, 뭔지 모를 아픈 사연을 지닌 현우(정해인)도 누나처럼 감싸 안는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김국희는 매력적인 반달 눈 미소를 지으며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오디션을 봤어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뮤지컬 넘버를 불렀는데, 정지우 감독님께서 인상 깊게 보셨나 봐요." 김국희는 영화 쪽에선 덜 알려졌지만, 연극과 뮤지컬 쪽에서는 꽤 유명한 베테랑 배우다. 뮤지컬 '레드북'으로 올해 제3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대표작은 뮤지컬 '빨래'다. 주인 할머니 역을 맡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대학로 할매'로 이름을 날렸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베르나르다 알바', '구내과 병원' 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노인 역을 많이 했지만, 김국희는 1985년생으로 이제 30대 중반이다. 영화에서도 미수, 현우와 나이 차가 제법 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정해인과 세 살 차이다. 김국희는 "할머니 역을 오래 해서인지 나이 많은 연기에 익숙하다"면서 "할머니, 어머니 성향과 제가 닮은 지점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은자는 제과점을 운영하며 직접 반죽을 빚어서 도넛과 컵케이크를 만든다. 나중에는 수제빗집을 차려 수제비를 뜨기도 한다. 김국희는 이 장면들을 위해 요리를 배웠고, 도넛만 수백개를 튀겼다고 했다. 물론 촬영 때는 전문가 도움을 받았다. "은자가 '반죽의 장인'처럼 나와서 반죽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대로 발효된 반죽을 만지면 촉감이 굉장히 좋아요. 또 요리할 때 먹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들면 자연스럽게 표정이 나온다고 해요. 은자의 표정과 반죽에서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는 "은자는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그저 상대를 바라보고 믿는 캐릭터"라며 "두 동생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현우는 자기를 믿지 못한 미수와 스스로에 실망하며 은자를 찾아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수제비를 먹는다. 은자는 나중에 미수에게 전한다. "내가 (현우에게) 믿는다는 말을 했대. 믿는다고." 영화 관람 후기를 보면 '내게도 은자 언니, 누나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이 종종 눈에 띈다. 그만큼 은자는 힘들 때 찾아가고 싶고, 뭐든지 다 퍼주지만, 티를 전혀 안 내는 사람이다. 김국희는 "저 역시 꼬치꼬치 묻지 않고, 상대가 말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김국희는 "제가 외동딸이라 형제·자매들이 느끼는 감정은 잘 모른다"면서도 "주변에 친언니, 친오빠 같은 사람이 많고, 남편도 사랑꾼"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의 남편은 연극배우 류경환이다. 2017년 10월 결혼했다. 김국희는 촬영 현장의 기억도 떠올렸다. "해인 씨와 고은 씨는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에요. 저를 많이 챙겨줬죠. 후반 수제빗집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오랜 시간 감정이 쌓인 것 같아 마음이 짠했어요." 김국희는 18살 때부터 대학로에서 공연했지만, 충무로에서는 신인에 가깝다. 무대와 달라서 카메라 동선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유열의 음악앨범' 출연 이후로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다. "사람들이 저더러 앞으로 더 바빠질 거라고 말해요. 러브콜까지는 아니지만, 영화 쪽 일도 구체화하는 게 사실이고요." 현재는 드라마를 찍는 중이다. 김국희는 롤모델로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이정은을 첫손에 꼽았다. "(이정은) 언니와 '빨래' 공연을 같이했는데, 감각을 지녔음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았어요.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도 멋있고, 성품도 좋아요. 모든 면에서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저 역시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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