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5년전 원전 부실시공 알고 있었다”
2019년 07월 30일(화) 04:50
1994년 한빛 3호기 사용전 검사시설 보고서에 ‘구멍 다수 확인’
당시 영광 주민들 지적도 묵살…5년 뒤 안전성 양호 상태로 바뀌어
김용국 공동행동 위원장 “건설사·감리기관 등 한통속 국민 속였다”
정부가 25년 전부터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의 부실 시공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격납건물의 구멍이 확인될 때마다 땜질식 조치로 일관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7일 영광군 영광읍에서 만난 김용국(59)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최근 한빛원전 부실공사가 이제서야 확인되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이미 영광 주민들은 원전 건설 당시부터 지적했다”며 “하지만 지적은 모두 묵살당했고 원전 구조물의 안전성은 양호한 상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한 ‘영광 원자력 3호기 사용전(시설)검사 건설종합시험 검사보고서’ 검사지적 사항표를 살펴보면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철판)에 대한 점검 결과 개구부 또는 관통부 주변에 일정 규모 이상 콘크리트 Void(구멍)로 추정되는 위치가 다수 확인됐음’이라고 나와있다.

이 보고서는 한빛 3호기 상업운전을 앞두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원전 건물을 검사해 1994년 8월 작성한 것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시정요구내용으로 ‘지적된 부위를 포함해 라이너플레이트 후면의 Void 존재 여부를 점검해 결과를 제출하고 Void에 따른 라이너플레이트 건전성을 평가한 결과를 제출하거나 보수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같은 해 10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작성한 ‘영광원자력 3호기 사용전검사보고서’에서도 ‘격납건물 외벽 철근 배치 중 관통부 주변 등에 철근이 밀집돼 있어 현 상태에서 시공하면 Void(구멍) 발생 현상 및 철근과 콘크리트의 부착 거동에 문제가 발생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이라고 적혀 있다. 또 ‘설치된 라이너플레이트에 허용 값 이상의 변형이 다수 발생했으나 총괄적인 안전성 평가, 원인 분석 및 대책 수립이 미흡함’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5년 후 원전의 안전성은 모두 양호한 것으로 변모했다. 당시 원전 운영을 맡았던 한국전력공사 영광원자력본부가 1999년 8월 작성한 ‘영광원자력 1·3호기 격납건물 내부 정밀 안전진단 용역 최종 보고서’에는 한빛 3호기에 대해 ‘구조 및 내구성 측면에서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있다.

김 위원장은 원전 건설업체(현대건설)부터 감리기관, 당시 과학기술처, 한전, 원자력안전기술원까지 한통속으로 국민을 속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원전 건설 당시 작업자들은 ‘격납건물 외벽에 철근이 많이 들어가 콘크리트를 제대로 타설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망치로 두드려만 봐도 공극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몰랐다’는 원전측의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광 주민들은 1994년부터 원전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 당했다. 1994년도 국감에서도 이 내용이 거론됐지만 한전은 ‘이상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잠잠해졌다.

격납건물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구멍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현재 격납건물 외벽 공극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슈미트 해머(콘크리트를 두드려 경도를 측정하는 기기)는 겉면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심부로 갈수록 많은 구멍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차원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원전 부실공사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한다”며 “격납건물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됐을 때 원전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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