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광주의 총괄건축가에게 바란다
2019년 06월 24일(월) 04:50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국토교통부가 민간전문가를 통해 공공건축의 품격을 높이고 지자체 건축·도시·경관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총괄·공공건축가 지원 시범 사업’ 공모를 실시해 광주 등 광역 지자체 세 곳 등을 최종 선정했다. 지역민들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공공건축물들이 최적의 장소에 뛰어난 디자인으로 조성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기대한다.

광주의 공공건축물이 이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시민 일상의 품격을 높여 주고 나아가 그 같은 디자인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누군가 찾아 준다면 지역에 활력을 주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총괄·공공건축가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공공건축의 설계를 수주한 개별 건축가가 만든 작품을 이제는 해당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을 가진 최정상급 건축가의 자문을 통해 도시 전반의 디자인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올해 4월 총괄건축가를 위촉하며, 시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건축기본법과 건축기본법 시행령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고, 그 업무의 범위를 건축 도시 관련 기획 및 설계 업무의 조정과 건축 정책에 대한 자문,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총괄과 조정 및 관리, 건축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자문과 건축디자인 시범사업 등에 대한 기획·설계 등으로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민간전문가 제도는 19세기 초 네덜란드가 최초 도입한 이후 유럽 전반에 퍼져나가 프랑스·독일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 영주시를 시작으로 서울·부산 등으로 확산되면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광주시는 건축과 도시공간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생활 문화 공간 창출을 위해서는 전문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민간전문가가 공공 행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광주는 민선 7기 들어 콘크리트 건물들이 성냥갑처럼 들어서 있는 회색 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 디자인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 광주다운 도시계획에 나서고, 광주 아트 도시 정책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것은 현재의 도시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과거에도 인본 디자인 도시를 선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성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광주 도시 공간을 일대 변모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총괄건축가가 자신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주시와 지역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가 있어야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지역의 도시 및 건축 전문가들의 협조 역시 필요조건이 된다. 광주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이미 알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 나름의 소중한 경험을 쌓아 온 지역 전문가들이 총괄전문가의 안착을 위해 도움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총괄건축가 제도가 정착되고 그 성과를 시민들이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부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공공건축에 참가한 건축가와 일반 시민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총괄건축가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며, 통합과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지역 도시 및 건축가들이 이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또는 불필요한 또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나 건축의 경관 및 디자인은 단기간에 변화될 수 없다. 또 그 성과 역시 모두가 똑같은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저마다의 원칙과 기준, 시각과 관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공감대를 얻는 건축 디자인과 도시경관이 광주라는 도시에서 더 많이, 더 자주 보였으면 한다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단기간 성과만 바라보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건축과 도시에 있어서 광주다움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총괄건축가가 이를 다듬어 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민선 7기 들어 ‘광주다움’ 또는 ‘광주다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만의 개성, 고유성, 정체성, 역사성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원인과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건축디자인과 도시경관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백화점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광주만이 가지고 있고 광주만이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것들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광주 시민 모두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도시 광주의 경관을 위해 광주시와 총괄건축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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