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이돌거리’가 통하려면
2019년 01월 30일(수) 00:00
지난 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다시그리기길’(김광석길)은 평소 보다 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거리 한켠에 자리한 기타치는 김광석 동상 주변에는 수십 여개의 꽃송이와 양초가 놓여 있었다. 350m에 이르는 거리에 듬성 듬성 설치된 스피커에선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등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영원한 가객 김광석(1964~1996)의 23주기(1월6일)를 맞아 열린 이날 추모콘서트에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김광석길은 지난 2011년 대구시가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김광석을 문화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당시 대중가수의 이름을 딴 거리는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초기에는 도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콘크리트거리였지만 그의 삶과 음악이 덧입혀지면서 생명의 거리로 바뀌었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색깔있는 콘텐츠 덕분에 한해 평균 140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대구에 김광석길이 있다면 수원에는 나혜석거리가 있다. 하지만 지명도나 위상은 극과 극이다. 수원의 브랜드를 표방한 이곳은 여류화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나혜석(1896~1948)의 삶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그의 동상과 조형물을 설치한 300m의 문화거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길 가운데에 노점상들이 들어서면서 예술과 낭만 대신 술집과 음식점이 즐비한 맛집 골목으로 변했다. 당국의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문화와는 거리가 먼 회색거리라는 오명을 받은 것이다.

사실 ‘문화로 먹고 사는’ 국내외 도시에서는 지역 출신 대중스타나 예술인들을 테마로 하는 특화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일명 ‘비틀스 횡단보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런던 북부의 ‘애비로드’를 비롯해 홍콩 출신 영화배우들의 손도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LA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60m 길이에 조성한 ‘신해철 거리’와 서울 강남의 ‘한류스타거리’등이 유사한 케이스다.

최근 광주시가 충장로 일원을 K-POP 광주 아이돌거리(광주아이돌거리)로 조성하는 민선 7기 주요 문화정책을 발표했다. 광주아이돌거리는 지역 출신 아이돌가수인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을 비롯해 동방신기 유노윤호, 미스에이 수지, 빅뱅 승리 등의 핸드·풋 프린팅을 전시해 전국의 팬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광주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소문난 관광지가 부족한 만큼 이들 빅스타들을 브랜드화 하는 ‘셀럽마케팅’(celeb marketing)은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혜석거리 논란에서 알 수 있듯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콘텐츠는 성패를 가를 핵심요소다. ‘광주아이돌거리’가 이름에 걸맞은 지역의 아이콘이 되기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과 행정의 지속적인 지원이 뒤받침돼야 한다. 머지 않아 아이돌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충장로를 거닐 관광객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시리 가슴이 설렌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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