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석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여객선 안전과 디테일의 힘
2017년 09월 12일(화) 00:00 가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도서는 총 3355개다. 이 중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서는 472개로 인구는 86만3000명이다. 전남에는 2165개(전국의 65%)의 도서가 있으며 이 중 유인도서는 277개(전국의 59%)이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섬을 왕래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연안여객선이다. 도서민에게 여객선은 비행기이며 고속버스이고 지하철인 것이다.
우리나라 여객선은 총 108개 항로에 167척이 운항한다. 그 중 필자가 관할하는 서·남해(전라남·북도)에 61개 항로 102척이 집중되어 있어 전국의 61%를 점유하고 있다. 울릉도나 홍도 등 관광객이 집중되는 섬이나 제주 항로를 제외하고는 차도선이 많아 전체의 61%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도서가 가장 많은 지역의 해상치안을 관할하는 필자로서는 업무상 섬에 갈 일이 많다. 부득이 경비함정이나 헬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객선을 이용한다. 푸른 바다를 달리는 선상에서 한 잔 술로 여행의 흥취를 만끽하는 여행객을 보거나 해풍에 그을린 얼굴로 생선이며 생활필수품을 두 손 가득 들고 타는 섬사람을 보는 것도 내겐 소소한 즐거움이다.
여객선을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여객선 안전관리 상태를 살펴보게 된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에게 큰 아픔을 주었지만 그 이후 여객선 제도는 많이 개선되었다. 안전관리 주체를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했으며, 지도감독 기관을 해운조합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변경하고, 출항 전 점검과 승선자 신분확인 절차 및 선원 교육훈련을 강화하였다. 선령도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축소하였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보다 보면, 디테일이 부족하여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하나의 사례가 기착도서 출항 전 안전 점검이다. 여객선이 육지 터미널(예:목포항)을 출항할 때는 선사와 운항관리자, 해사안전 감독관이 화물 무게 및 고박상태를 점검하고 출항을 허가한다.
여객선이 섬(예:홍도)에 기착한 후 육지로 출항할 때는 어떤가? 오로지 여객선 선원이 자체적으로 출항 전 점검을 한다. 섬에는 운항관리자도, 해사안전 감독관도 근무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내 운항관리자는 47명이며 대부분 운항관리실에 근무하고 일부 원거리 선착장에 파견 근무를 하지만 기착도서에 상주하는 경우는 없다. 해사안전 감독관은 9명으로서 운항관리실 감독에도 부족한 인원이다. 이처럼 섬에서는 안전관리가 오롯이 민간에 맡겨진다. 기착도서에서 출항 전 점검은 세월호 사고 이전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도서지역 해양경찰에서 하던 점검도 안전관리 일원화 차원에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섬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디테일이 부족하여 이용객이 불편을 호소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그것은 신분 확인을 위한 ‘무인 민원 발급기’ 보급이다. 여객선 발권과 승선에는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본인을 확인할 신분증이 없으면 승선을 거부당한다. 문제는 대부분 도서지역 여객선터미널에 ‘무인 민원 발급기’가 설치되지 않아서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 곤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선사 직원과 매일 얼굴은 접하는 섬 어르신도 신분증이 없어 10분 거리 옆 섬에 일 보러 가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설치된 ‘무인 민원 발급기’는 전국에 3570대로 이 중 34대가 선착장에 설치돼 있다. 그 34대도 육지 터미널(예:목포항)에 있고 도서 기착지(예:홍도)에 설치된 것은 거의 없다. 제도를 개선하였으나 오히려 도서 지역은 불편함이 늘어난 게 현장의 속사정이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는데 신분증이 없어 거부당한다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관내에는 이런 불편을 겪는 도서가 다수 존재한다. 도서민과 여행객의 불편 해소를 위해 대당 3000만 원의 설치비는 아까워 보이지 않는다.
지적한 두 가지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정책이나 예산이 수반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현장을 살피고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디테일한 것이다. 왕중추가 쓴 ‘디테일의 힘’이란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천리 둑도 개미구멍에 무너진다”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만족할 경우 6명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불만족스러운 경우에는 22명에게 이 사실을 전파한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작은 불편을 해소하는 디테일 관리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모른다. 일상의 국민들은 거창한 정부개혁이나 국정과제보다도 내 주위 일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큰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소소한 안전을 챙겨 주고 작은 불편도 해소해 주어야 한다. 행정서비스도 이제 디테일이 감동을 주는 시대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서가 가장 많은 지역의 해상치안을 관할하는 필자로서는 업무상 섬에 갈 일이 많다. 부득이 경비함정이나 헬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객선을 이용한다. 푸른 바다를 달리는 선상에서 한 잔 술로 여행의 흥취를 만끽하는 여행객을 보거나 해풍에 그을린 얼굴로 생선이며 생활필수품을 두 손 가득 들고 타는 섬사람을 보는 것도 내겐 소소한 즐거움이다.
여객선이 섬(예:홍도)에 기착한 후 육지로 출항할 때는 어떤가? 오로지 여객선 선원이 자체적으로 출항 전 점검을 한다. 섬에는 운항관리자도, 해사안전 감독관도 근무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내 운항관리자는 47명이며 대부분 운항관리실에 근무하고 일부 원거리 선착장에 파견 근무를 하지만 기착도서에 상주하는 경우는 없다. 해사안전 감독관은 9명으로서 운항관리실 감독에도 부족한 인원이다. 이처럼 섬에서는 안전관리가 오롯이 민간에 맡겨진다. 기착도서에서 출항 전 점검은 세월호 사고 이전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도서지역 해양경찰에서 하던 점검도 안전관리 일원화 차원에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섬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디테일이 부족하여 이용객이 불편을 호소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그것은 신분 확인을 위한 ‘무인 민원 발급기’ 보급이다. 여객선 발권과 승선에는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본인을 확인할 신분증이 없으면 승선을 거부당한다. 문제는 대부분 도서지역 여객선터미널에 ‘무인 민원 발급기’가 설치되지 않아서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 곤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선사 직원과 매일 얼굴은 접하는 섬 어르신도 신분증이 없어 10분 거리 옆 섬에 일 보러 가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설치된 ‘무인 민원 발급기’는 전국에 3570대로 이 중 34대가 선착장에 설치돼 있다. 그 34대도 육지 터미널(예:목포항)에 있고 도서 기착지(예:홍도)에 설치된 것은 거의 없다. 제도를 개선하였으나 오히려 도서 지역은 불편함이 늘어난 게 현장의 속사정이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는데 신분증이 없어 거부당한다면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관내에는 이런 불편을 겪는 도서가 다수 존재한다. 도서민과 여행객의 불편 해소를 위해 대당 3000만 원의 설치비는 아까워 보이지 않는다.
지적한 두 가지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정책이나 예산이 수반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현장을 살피고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디테일한 것이다. 왕중추가 쓴 ‘디테일의 힘’이란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천리 둑도 개미구멍에 무너진다”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만족할 경우 6명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불만족스러운 경우에는 22명에게 이 사실을 전파한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작은 불편을 해소하는 디테일 관리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모른다. 일상의 국민들은 거창한 정부개혁이나 국정과제보다도 내 주위 일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큰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소소한 안전을 챙겨 주고 작은 불편도 해소해 주어야 한다. 행정서비스도 이제 디테일이 감동을 주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