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 원류를 찾아서] 5살 아이도 말 타고 활 쏘고 … 국민축제 ‘나담축제’
척박한 땅에 핀 문화꽃
2016년 04월 04일(월) 00:00

지난해말 울란바타르 시내 씨름장에서 열린 씨름대회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몽골족은 7월 나담축제를 열고 씨름과 말타기, 활쏘기 등을 즐긴다. /최현배 기자

2009년 겨울 몽골에 영하 40∼50℃의 혹한이 계속됐다. 겨울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몽골 전체 가축수의 20%에 해당하는 820만두의 소와 양, 염소가 몰사하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농사가 여의치 않은 몽골에서 가축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몽골 초원에서는 무서운 재앙을 일러 ‘조드’라고 한다. 겨울이면 수시로 영하 50℃까지 내려가는 빙원에서 수천 마리 가축이 떼로 죽는 일이 빈번하다. 몽골인은 이 같은 재앙을 ‘차강 조드’(하얀 재앙)라 부른다.

이 척박한 땅에서도 슬픔을 달랠 수 있는 문화가 꽃피었다.

몽골은 할흐, 카자흐, 브럇트계 등 20여개의 부족이 모여 살고 있고, 이중 할흐족이 대다수(75%)를 차지한다. 소와 말과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몽골족은 7월이면 초원에 모여 말타기와 활쏘기, 경마 등을 즐기는 나담 축제를 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갔다. 나담 축제에는 5살 아이들까지 참여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사다. 또 유명 씨름선수는 정계에 진출하는 등 사회 지도층으로 존경받기도 한다.

여전히 나담은 몽골의 가장 큰 축제이며, 연말에 열리는 씨름대회에는 대통령이 참관하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주요 행사다. 러시아의 영향으로 공산 사회를 경험하고, 티벳 라마불교를 받아들이며 전통 문화 전반에 변화를 겪고 있다.

또 한 때 몽골 대륙을 지배했던 흉노와 돌궐, 거란 등 숱한 부족의 역사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리와 나라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종족과 나라는 서로 다른 문화를 주고 받았다. 이 때문에 몽골 땅 곳곳에서는 각기 다른 문화의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많은 부족이 힘의 균형에 따라 지배와 피지배를 반복하면서 문화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몽골인들은 바이칼과 샤먼의 땅 흡수굴을 신성시한다.

유목민 몽골 민족에게도 이야기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별다른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 교훈과 삶의 희망을 담아냈다.

이 때문에 이야기의 탄생한 과정을 담은 설화가 유명하다.

아주 오래전 무서운 돌림병 ‘하르 체체그’가 돌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손 쓸 겨를도 없이 죽는다. 그 가운데 열다섯 살 난 ‘소호르 타르와’라는 사내아이가 혼자 버려져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저승으로 간다. 이 아이는 염라대왕 앞에 섰다.

염라대왕은 소년이 완전히 죽을 때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저승으로 온 데 감동을 받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때 염라대왕은 소년에게 무엇이든 한 가지 가지고 가라고 말했고, 소년은 이야기를 선택했다.

세상에 돌아온 소년은 자기 몸을 찾았지만 이미 까마귀가 파먹어 두 눈이 없었다. 소호르는 염라대왕의 명을 어길 수 없어 두 눈이 없는 제 몸뚱어리로 들어갔다.

그 후 몽골 초원에는 앞을 못 보는 사내가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고, 가르침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가 눈이 없어도 앞날을 본다고 생각했다.

몽골의 이이갸꾼은 토올치(tuul’c), 토일치 등으로 불린다. 토올치는 구전돼 오는 영웅 서사 ‘토올’을 전문으로 구연하는 전문가(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

토올치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두 줄짜리 현을 단 ‘톱쇼르’를 정성스럽게 연주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집안의 액운을 떨치고 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한다. 토올치가 산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알타이 막탈’을 부르는 지역도 있다.

브럇트에서는 토일치를 ‘올게르치’라고 하며, 특별히 서사시 ‘장가르’를 부르는 사람을 ‘장가르치’라고 한다. 또 조상의 공훈과 무용담을 통해 자연을 위로하고, 지역과 부족민의 안위를 염원하는 일종의 제사장적 성격을 띠기도 한다.

숱한 재앙 속에서도 민족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숱한 토일치를 통해 전해오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에도 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힘. 그게 바로 몽골 문화의 저력이다.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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