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수능에서 어떤 이들의 수능으로
강 경 필
교육공간 오름 대표교사
2014년 12월 02일(화) 00:00
교육공간 오름은 도시 안에서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과 같이 철학, 역사, 사회, 문학, 음악, 영화, 연극 등의 공부를 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나왔지만 여전히 배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공부가 다음 과정으로의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한국의 현실 속에서 저희가 하는 공부에 대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아무런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저희가 같이 하는 공부에 대해 의아함을 표하는 이유입니다.

공부는 그 자체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고, 또 남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공부한 후 주어지는 졸업장이나 여타의 인정은 공부한 내용에 대한 작은 증표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사회의 범위는 넓어지고, 주변의 누군가를 오래 관찰한 경험은 줄어들어 가고,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지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이 단칼에 평가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한 무관심이 커졌을 때 공부도 본연의 기능을 잃고 저열한 자기 증명의 수단으로 변질하여버립니다. 숭고한 공부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만 여전히 사방에서 공부해서 대학을 가라는 소리는 들려옵니다.

대학 입시 공부에 대한 맹목에 빠진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교육공간 오름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이 대학 입시로 고민하는 순간이 오면 선생으로서는 참 곤혹스럽습니다. 오름의 학생들도 입시문제로 고민하고, 또 남들이 그러는 것처럼 19세 무렵에 수능 시험을 접수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선생으로서 대학 진학에 무조건 찬성할 수도 또 말릴 수도 없는 마음이 들어 여롭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작년에 한 학생이 소신껏 자신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수능시험에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능도 보지 않고 대학에도 가지 않기로 결심한 이 학생에게 19세의 겨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능 잘 보라는 수많은 격려의 문자와 떡과 초콜릿 선물이 왔습니다. 빗나간 응원이 되려 이 친구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습니다.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그 길의 초입부터 절감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교육공간 오름과 학벌없는 사회는 이 학생처럼 입시를 거부하고 외롭게 보내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작은 콘서트를 작년 수능 날 저녁에 열었습니다.

이 학생을 계기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온 종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소식으로 뉴스가 도배되던 수능 날 저녁 충장로 거리에서 ‘투명가방끈과 입시희생자들을 위한 희망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광주의 많은 인디 음악가들이 행사의 취지에 공감해서 흔쾌히 응원 및 추모의 의미를 담아 노래해주었습니다. 대학에 가서 보냈던 무의미한 시간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대학을 거부하는 삶을 응원했습니다. 대학 때문에 돌음 길을 가야했고, 또 그 돌음 길의 대가로 학자금 대출에 따른 빚을 지고 살아야하는 이야기들이 콘서트 중에 나왔습니다.

어떤 이에게 대학은 정말 꼭 필요한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아닌 어떤 이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깊이 각인해야합니다. 이미 대학이 자기를 성장시키기 위한 곳이 아니라 무의미한 고통의 공간으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대학은 꼭 가야지’라는 말을 무슨 고담준론처럼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그리고 자기 주변을 성의없이 관찰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가 누군가에 따라 충고의 내용은 달라져야 하고, 응원의 내용도 달라져야 합니다. 모두 같은 길을 가지 않고, 다른 길이 있음을 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수많은 편견에 시달릴 대학 거부자들을 응원합니다.

19세의 겨울이 모두 동일한 고민으로 얼룩지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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