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인가 독선인가 역사와 마주한 흥선대원군을 다시 불러들였다
2011년 12월 16일(금) 00:00
‘불의 궁전’ 주원규 지음
“누가 나를 비판할 것인가. 나는 국태공이다. 왕의 아버지다. 한때 권력의 노예였으며, 권력의 파괴자였으며, 새로운 권력의 창조자였다. 또한 나는 인간이다. 남자다. 외로움에 목놓아 울 수 있는, 울어야만 하는 사내다.”

철종이 죽고 대왕대비 조씨의 강력한 추천으로 아들 고종이 왕통을 이어받자 흥선대원군은 권력을 쥐게 된다. 안동김씨 일족의 세도정치가 극에 달한 시절에 왕족이었던 대원군은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바보행세까지 하며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다시 강력한 섭정을 하게 되자 이들 권문세가들은 목숨이라도 부지한다는 심정으로 많은 재물을 싸들고 대원군의 운현궁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흥선대원군은 절망과 희망, 권력의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한 이색 인물이었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등단 작가인 소설가 주원규씨가 장편 ‘불의 궁전’을 통해 흥선대원군을 다시 불러들였다. 우리 시대 하류 인생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던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타며 새로운 장편 서사의 문을 열었던 작가의 치밀한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특히 굴곡의 삶을 살았을 대원군의 복잡한 내면 심리와 역사적 주요 사건을 결부시켜 ‘인간 대원군’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원군을 폭군으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그가 처했던 시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새로운 평가를 내리자는 것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우리 역사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자는 게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이다.

쇄국정책, 천주교 탄압, 무리한 경복궁 중건 등으로 알려진 대원군에 대한 선입견을 벗겨내고, 부패한 권력의 중심에 파고들어 강력한 개혁 의지를 천명하는 모습을 그려갔다.

왕의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했던 조선의 역사를 이끌던 개혁가였다는 사실도 부각시켰다.

소설에는 흥선대원군의 인간적 좌절, 진솔한 고뇌가 잘 표현돼 있다.

또 역사적 사실 전달에 급급하지 않고, 심리적 통찰을 통해 서사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난 작가의 노력도 돋보인다.

저자는 “소설이란 허구의 도구를 빌려 결코 평범할 수 없는 비범한 한 인간의 영웅적 기개를 나타내고 싶었다. 격랑의 풍상을 겪어낸 대원군의 내면에 가혹하게 드리워져 있는 인간적 고뇌와 갈등, 숭고하기까지 한 집념을 그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폭풍과도 같았던 시대의 중심에 선 한 인간의 고뇌는 오늘의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주제”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충주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주씨는 지난 200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칼’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주는 제2회광주일보문학상을 받았다.

<문학의문학·1만1000원>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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