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하다 - 이창수 광주 남구청 인문도시팀장
2026년 02월 11일(수) 00:20
광주 남구의 대표적 문화예술 중심지는 양림동과 사직동이다. 광주천 건너 북쪽을 향한 양림동과 사직동은 예전에는 광주를 대표하는 반촌이었다. 사직동에는 600년 전통의 광주향교와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직단이 있고 미래 볼거리 먹거리를 책임질 시간우체국 공사가 한창이다. 시간우체국은 시간을 초월해 가족 간 이웃 간 소통하고 관계의 끈을 튼튼하게 이어줄 다목적 인문 공간이다.

바로 옆 양림동에는 광주 근대기독교의 뿌리인 양림교회가 있고 몇 걸음 더 가면 호남신학대학이 보인다. 호남신학대 뒤편엔 서양식 선교사 사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언덕 위에는 이국의 땅에서 헌신과 사랑을 실천하다 영면한 선교사와 가족의 무덤이 있다. 언덕 아래에는 기독교 학교인 수피아여고가 있다.

지금 양림동은 골목마다 미술관이 있고 이장우·최승효 가옥 등 조선 양반 가옥의 특징을 지닌 큰집 두 채가 있다. 양림동 행정복지센터 근처 로터리에는 임란 때 활약한 정엄 선생의 효자비와 충견을 기려 세운 석상이 보인다. 지엄한 양반의 효자비 옆에 아무리 충견이라지만 개 석상이라니 동개비는 저절로 웃음을 불러온다. 하지만 입구에 있는 오래된 능수버들 근처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보았다면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없으리라. 위안부였던 이옥선 할머니를 기려 만든 평화의 소녀상은 양림동이 마냥 재밌고 즐거운 공간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양림동은 광주의 시인들을 기른 다형 김현승 선생의 사택이 있는 곳이다. 다형은 양림동에서 이수복·이성부·조태일·문순태를 비롯한 시인 소설가를 배출하였다. 소설가 문순태와 한승원이 절친이고 한승원이 광주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고 한강이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점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광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이 하나둘 떠나고 한동안 도심의 변두리로 전락한 양림동이 몇 년 전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남구의 지속적인 투자로 펭귄마을과 공예거리 등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거리가 조성된 까닭이다.

길 따라 여기저기에 광주기독교의 상징적 인물인 최홍종 목사 기념관이 있고 그의 조카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중국의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는 정율성의 생가도 있다. 정율성은 독립운동을 위해 형제들을 따라 중국으로 갔다가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만나게 된다. 김원봉은 음악으로 독립운동을 하라는 의미로 부은이라는 이름을 율성으로 바꿔 주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연안송’, ‘팔로군행가’를 작곡하는 등 중국인에게 존경받는 음악가가 되었다.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건너가 지금의 북한 인민군 군가인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하였다.

그는 북한에서도 계파 간 갈등으로 오래 있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주은래의 비서인 정설송과 결혼하였다. 정율성은 문화대혁명 시기 곤란을 겪다가 병을 얻어 생을 마감했다. 정율성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음악으로 항일운동을 하였지만 남과 북에서 외면당했다. 이제 이념에 의한 역사적 평가는 지양하고 민족의 구성원으로 그의 영혼을 고향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보듬어야 할 때이다.

남구는 지역의 역사·사건·인물을 문화예술로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의 첫 열매가 창작극 ‘불꽃’이다. ‘불꽃’은 임진왜란 당시 금산과 진주성에서 순국한 의병장 고경명과 호남의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담은 창작극이다. 극단 까치놀과 남구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무대극이다. 430년 전 임란을 만나 나라가 어려울 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호남의병들의 활약을 담은 ‘불꽃’의 완성도를 높여 다시 주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공연을 함께 본 주민들과 호남 의병들이 걸었던 오래전 그 길을 따라 금산성과 진주성으로 가 헌화할 계획이다. 남구 민주평화인권과에서 지속해 추진하는 남북 간 교류가 결실을 본다면 개성이나 평양, 임시정부가 있었던 중국 상해 등지에서 ‘불꽃’을 공연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는다. 남구 인문학아카데미는 민주·평화·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는 광주정신을 널리 알리고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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