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1년 내내 수천여회 공연·전시 ‘모두의 문화놀이터’
2025년 11월 16일(일) 19:45 가가
[(10) 뮌헨 가스타익]
1920년대 맥주공장 복합문화공간 리모델링
필하모니 콘서트홀·소공연장 연결돼 독특
2019년 한-독 오케스트라 ‘임 행진곡’ 연주
홀E, 춤페스티벌 등 성수기 1800개 무대
이자르 필하모니, 年 300회 공연 릴레이
콘서트·춤·디제잉 등 연중 프로그램 다채
1920년대 맥주공장 복합문화공간 리모델링
필하모니 콘서트홀·소공연장 연결돼 독특
2019년 한-독 오케스트라 ‘임 행진곡’ 연주
홀E, 춤페스티벌 등 성수기 1800개 무대
이자르 필하모니, 年 300회 공연 릴레이
콘서트·춤·디제잉 등 연중 프로그램 다채
뮌헨은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독일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다. 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잡은 맥주축제를 비롯해 BMW박물관,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 알테 피나코테크 등이 밀집된 쿤스트아레알(Kunstareal·예술특구), 영국가든(English Garden)등 볼거리가 풍성한 글로벌 문화도시다. 그중에서 올해로 개관 40주년을 맞은 가스타익(Gasteing)은 뮌헨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 2023년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이 공연한 무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없이....’
지난 2019년 뮌헨 가스타익 칼 오프 홀에서는 귀에 익숙한 선율이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마에스트로 요셉 바스티안의 지휘로 ‘한국-독일 연합 오케스트라’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한 것이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세계화를 위해 기획한 이날 무대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난 9월 초, 뮌헨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 ‘가스타익’을 방문하던 날은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6년 전 광주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현장을 직접 둘러 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던 공연장에는 입장할 수 없었다. 1985년 뮌헨의 하이드하우젠(Haidhausen)에 들어선 가스타익이 휴관하면서 외곽지역인 젠들링(Sendling)으로 이전한 탓이다. 1923년 지어진 맥주공장을 리모델링한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다 보니 노후화로 인해 리노베이션이 필요해지자 지난 2021년 ‘가스타익 HP8’(Hans Preissinger Strasse 8)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잠시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이다. 통상 미술관이나 공연장이 보수공사나 재건축에 들어가면 전면휴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가스타익의 존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도 그럴것이 가스타익의 부재는 뮌헨 시민들의 문화생활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의미다. 실제로 가스타익이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적 상실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본관인 하이드하우젠의 리노베이션 작업 도중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당초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공사기간이 대폭 늘어나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스타익 HP8’은 여타 복합문화공간과는 결이 다르다.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들이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100년 된 에너지 회사의 빈창고에 들어선 임시문화단지다. 전체 면적은 2만8000㎡(8470평) 규모로 하이드하우젠의 가스타익 9만㎡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사실, 가스타익 HP8은 이자르 필하모니 콘서트홀과 홀 E, 홀 X, 프로젝커(Projektor, 강당)소공연장, 리허설 등의 시설이 연결돼 있는 독특한 구조다. 흔히 층별로 각기 다른 공간으로 이뤄진 대다수 복합문화공간과 달리 가스타익 HP8은 X홀과 E홀 등 주요 시설들이 나란히 늘어선 형태다.
취재진을 마중나온 멜라니 브랜들(Melanie Brandl) 홍보 책임자와 캐트린 멧츠너(Kathrin Metzner) 마케팅 매니저는 가스타익의 매력은 ‘올드 앤 뉴’의 감성과 공간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두 사람의 안내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붉은색 벽돌 건물인 홀 E(Hall E)다. 이자르필하모니의 로비이자 프로젝커 강당으로 변신한 이곳은 연중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의 향연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핫플레이스다. 15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1~2층 구분이 없는 뻥 뚫린 구조는 전시장은 물론 콘서트, 디제잉 쇼, 살사댄스, 퍼포먼스, 이벤트 등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최적의 융복합 무대다. 양 옆에는 베이커리와 커피, 안락한 소파들이 자리한 가이아 델리(GAiA Deli)와 신문과 시사 잡지들을 살펴 볼 수 있는 ‘News’열람실이 배치돼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홀 E의 강점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다. 가스타익의 시그니처 콘텐츠인 ‘Tanz Gasteig’(춤 페스티벌)에서부터 어린이 축제, 정신건강예술축제(Mental Health Art Festival) 등 성수기에는 1800여 개의 다양한 무대가 뿜어져 나오는 용광로이기도 하다. 살사댄스 등 ‘Tanz Gasteig’가 열리는 날에는 하루에만 1만 여 명이 다녀갈 정도다.
가스타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자르 필하모니는 뮌헨 필하모닉의 전용홀로 더 유명하다. 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곳은 음향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다른 공간에 비해 더 많은 공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연간 300여 회의 공연이 릴레이로 이어지며 공연 일정이 없는 기간에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페다그모니커 등 뮌헨의 민간예술단체의 리허설이 열리기도 한다.
멜라니 브랜들은 “벽 자체가 얇은 가건물이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최소한의 경비로 최적의 음향을 구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면서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목재로 슈박스 형태의 구조와 벽을 마감해 콘서트홀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음향문제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가스타익은 150 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뮌헨시 산하 기관이다. 매년 국내외에서 20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찾아가는 ‘문화배달’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들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한 후 기획회의에 반영하거나 지역사회와 예술가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 아웃리치’(Community Outreach)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시립도서관은 다문화 계층들을 위한 독일어 교실이나 청년들의 진로선택을 돕는 문화학교를 진행해 주민들로 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스타익이 40년 동안 뮌헨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원동력은 ‘친근성’이다. 매년 수천 개의 프로그램이 생산되는 문화공장이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쉼터이기 때문이다. 캐트린 멧츠너가 취재진을 배웅하면서 강조한 메시지는 가스타익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가스타익은 행사가 없는 날에 와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추운 겨울날, 놀이터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곳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 종일 놀다 갈 수 있거든요. 티켓을 살 필요도 없고, 마음껏 떠들어도 괜찮은 근사한 문화놀이터예요.”
/뮌헨=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지난 2019년 뮌헨 가스타익 칼 오프 홀에서는 귀에 익숙한 선율이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마에스트로 요셉 바스티안의 지휘로 ‘한국-독일 연합 오케스트라’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한 것이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세계화를 위해 기획한 이날 무대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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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라니 브랜들(왼쪽) 홍보 책임자와 캐트린 멧츠너 마케팅 매니저. |
‘가스타익 HP8’은 여타 복합문화공간과는 결이 다르다.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들이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100년 된 에너지 회사의 빈창고에 들어선 임시문화단지다. 전체 면적은 2만8000㎡(8470평) 규모로 하이드하우젠의 가스타익 9만㎡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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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타익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Tanz Gasteig’ 춤 페스티벌. |
취재진을 마중나온 멜라니 브랜들(Melanie Brandl) 홍보 책임자와 캐트린 멧츠너(Kathrin Metzner) 마케팅 매니저는 가스타익의 매력은 ‘올드 앤 뉴’의 감성과 공간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두 사람의 안내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붉은색 벽돌 건물인 홀 E(Hall E)다. 이자르필하모니의 로비이자 프로젝커 강당으로 변신한 이곳은 연중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의 향연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핫플레이스다. 15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1~2층 구분이 없는 뻥 뚫린 구조는 전시장은 물론 콘서트, 디제잉 쇼, 살사댄스, 퍼포먼스, 이벤트 등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최적의 융복합 무대다. 양 옆에는 베이커리와 커피, 안락한 소파들이 자리한 가이아 델리(GAiA Deli)와 신문과 시사 잡지들을 살펴 볼 수 있는 ‘News’열람실이 배치돼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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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타익의 상주단체인 뮌헨필하모니오케스트라. |
가스타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자르 필하모니는 뮌헨 필하모닉의 전용홀로 더 유명하다. 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곳은 음향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다른 공간에 비해 더 많은 공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연간 300여 회의 공연이 릴레이로 이어지며 공연 일정이 없는 기간에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페다그모니커 등 뮌헨의 민간예술단체의 리허설이 열리기도 한다.
멜라니 브랜들은 “벽 자체가 얇은 가건물이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최소한의 경비로 최적의 음향을 구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면서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목재로 슈박스 형태의 구조와 벽을 마감해 콘서트홀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음향문제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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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정신건강 예술축제’ |
뭐니뭐니해도 가스타익이 40년 동안 뮌헨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원동력은 ‘친근성’이다. 매년 수천 개의 프로그램이 생산되는 문화공장이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쉼터이기 때문이다. 캐트린 멧츠너가 취재진을 배웅하면서 강조한 메시지는 가스타익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가스타익은 행사가 없는 날에 와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추운 겨울날, 놀이터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곳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 종일 놀다 갈 수 있거든요. 티켓을 살 필요도 없고, 마음껏 떠들어도 괜찮은 근사한 문화놀이터예요.”
/뮌헨=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