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방·일신방직 ‘일제 강제동원 역사관’ 건립 난관
2025년 11월 13일(목) 19:22
시공사 “협의 없이 일방 발표” 반발
공모 당선작서 빠져 ‘무산’ 우려
시 ‘공공 기여금으로 진행…협의할 것’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추진 중인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 건립이 난관에 부딪혔다. 문화공원1 제2보일러실을 둘러싸고 개발 시행사와 광주시, 시민사회가 콘텐츠 구성을 두고 엇박자를 내면서 사업 무산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3일 전일빌딩에서 ‘문화공원1 콘텐츠’ 관련 시민사회 의견 수렴 토론회를 열고 역사관 건립이 계획 단계에서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토론회에는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9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공모안 재검토와 시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광주시가 실시한 콘텐츠 공모에서 당선된 계획에는 화력발전소를 공연장으로, 제1보일러실을 근대산업역사관으로, 제2보일러실을 방직노동박물관으로 꾸미고 시민참여형 전시·휴게공간을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공모안에 강기정 시장이 8월 광복절 기념식에서 약속한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 조성 계획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는 당시 종연방적 전남공장 제2보일러실(연면적 433.92㎡)을 시민역사관 부지로 제시하고,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이금주 회장이 평생 모은 강제동원 기록물을 보존·전시하며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공사와 일부 시민사회 단체들은 “문화공원 조성을 위해 자문위원회에서 산업건축자산과 노동 가치, 노동자의 삶을 축으로 보존·활용 방향을 논의해 왔는데, 시가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사전 협의 없이 역사관을 일방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14일 지명설계공모 당선작 설명회에서 공개된 설계안에도 제2보일러실은 방직노동박물관으로만 표시돼 있어, 역사관 계획이 실제 사업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시민사회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시설 배치 문제가 아니라,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어떤 역사와 가치를 새길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 문제로 보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대로라면 강제동원과 인권침해의 역사성이 배제되고 산업·문화적 측면만 강조될 수 있다”며 “이금주 회장과 유족들이 평생 모은 기록물이 시민역사관에서 보존·전시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주시는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 공공 기여금으로 진행되는 사안이라 사업자와의 협의가 필요한 과정”이라며 “시의 의지를 갖고 역사관 조성 방향을 포함한 협의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2차 토론회를 열어 문화공원1의 성격과 콘텐츠 방향에 대한 공동 입장을 정리하고, 역사관 조성 방안을 구체화해 시와 사업자, 자문위원회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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