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광주의 문화 알리고 싶어요”
2025년 11월 06일(목) 19:25 가가
카자흐스탄 출신 ‘ACC 글로벌 해설사’ 자브라노바 아루한씨
러시아어로 전시 해설…“한국 문화 영향력 눈에 띄게 커져”
“타국살이 경험 살려 외국인과 광주의 문화 연결시키겠다”
러시아어로 전시 해설…“한국 문화 영향력 눈에 띄게 커져”
“타국살이 경험 살려 외국인과 광주의 문화 연결시키겠다”
붉은색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쓴 고등학생, 남색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계단을 오르는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 어색한 듯 머리 위 갓을 매만지는 분홍 저고리를 입은 여학생까지.
지난달 24일 찾은 ACC 전시장에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익숙한 한복을 입은 고려인들로 북적였다. 귀에 꽂은 작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글로벌 해설사 자브라노바 아루한(여·23)씨의 러시아어에 귀를 기울이며 곳곳을 둘러봤다.
전시 중인 작품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기도 하고, 작품 속에 들어가 체험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고려인들은 도서관과 공연장을 살펴보며 러시아어로 연신 감탄했다. 갓이 익숙하지 않아 여러 번 매만지고 도포자락을 정리하기를 반복하던 고려인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함박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ACC는 이달까지 ‘ACC 글로벌 해설사’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공간과 콘텐츠를 깊이 이해하고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해설을 맡은 자브라노바씨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지난 2019년 전남대 일어일문학과(국어국문학과 부전공)를 졸업한 뒤 현재 전남대학원 한국어교육학 협동과정을 밟고 있다.
총 4개 국어 소통이 가능한 자브라노바씨는 광주 국제교류센터를 통해 한국 중학생들에게 카자흐스탄 문화를 소개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 알림이’ 역할이 보람차고 뜻깊다고 생각했고, ACC 글로벌 해설사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처음 광주에 왔을 때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부동산으로 집을 구하는 일부터 친구를 사귀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죠. 평소 한국 웹툰과 드라마를 좋아해서 집에서 콘텐츠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극복했던 것 같아요. 낯선 타국에서 고군분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죠. 그들의 언어로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도 들어요.”
자브라노바씨는 해설에 앞서 광주의 5·18 역사를 공부하기도 했다. 수년 전 민주평화교류원에서 해설 투어를 듣기도 했고 글로벌 해설사를 맡고 나선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자브라노바씨는 많은 외국인을 만나며 한국의 영향력이 수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커졌음을 실감한다고 단언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 등 성공한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친구들도 K-POP을 듣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식 요리를 맛있게 먹어요. 얼마 전에는 편의점 CU도 생겨서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고 있죠. 카자흐스탄에 있는 문화원에서는 한국어도 알려주고 한국인 셰프를 초청해 삼계탕과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언어도 생김새도 다른 서로의 나라를 잇는데 문화만큼 훌륭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자브라노바씨는 “무엇보다 언어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며 “언어를 통해 서로의 안부도 물을 수 있고 각자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교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내가 잘 하는 언어를 잘 활용해 외국인들에게 광주의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지난달 24일 찾은 ACC 전시장에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익숙한 한복을 입은 고려인들로 북적였다. 귀에 꽂은 작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글로벌 해설사 자브라노바 아루한(여·23)씨의 러시아어에 귀를 기울이며 곳곳을 둘러봤다.
이날 해설을 맡은 자브라노바씨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지난 2019년 전남대 일어일문학과(국어국문학과 부전공)를 졸업한 뒤 현재 전남대학원 한국어교육학 협동과정을 밟고 있다.
“처음 광주에 왔을 때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부동산으로 집을 구하는 일부터 친구를 사귀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죠. 평소 한국 웹툰과 드라마를 좋아해서 집에서 콘텐츠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극복했던 것 같아요. 낯선 타국에서 고군분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죠. 그들의 언어로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도 들어요.”
자브라노바씨는 해설에 앞서 광주의 5·18 역사를 공부하기도 했다. 수년 전 민주평화교류원에서 해설 투어를 듣기도 했고 글로벌 해설사를 맡고 나선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자브라노바씨는 많은 외국인을 만나며 한국의 영향력이 수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커졌음을 실감한다고 단언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 등 성공한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친구들도 K-POP을 듣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식 요리를 맛있게 먹어요. 얼마 전에는 편의점 CU도 생겨서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고 있죠. 카자흐스탄에 있는 문화원에서는 한국어도 알려주고 한국인 셰프를 초청해 삼계탕과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언어도 생김새도 다른 서로의 나라를 잇는데 문화만큼 훌륭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자브라노바씨는 “무엇보다 언어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며 “언어를 통해 서로의 안부도 물을 수 있고 각자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교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내가 잘 하는 언어를 잘 활용해 외국인들에게 광주의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