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지역 콘텐츠’ 엮을 ‘출판 토대’ 구축해야
2025년 10월 26일(일) 20:10 가가
[K 출판 세계로 도약 광주 출판 미래는] <5>에필로그
출판업 자율 시장·자본 흐름에만 맡겨선 안돼
시민 주체로 인문도시·책과 문학의 도시 열어야
중앙 연계 행사·자매결연으로 지역 한계 극복
해외 출판산업 확장 앞서 국내 지원 정책 시급
출판업 자율 시장·자본 흐름에만 맡겨선 안돼
시민 주체로 인문도시·책과 문학의 도시 열어야
중앙 연계 행사·자매결연으로 지역 한계 극복
해외 출판산업 확장 앞서 국내 지원 정책 시급


▲문학인, 출판사,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의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내실있게 진행돼야 ‘인문도시 광주’가 구현될 수 있다. 지난 9월 동구 ACC에서 열린 ‘북(BOOK)적 북(BOOK)적한 하루’ 모습.
얼마 전 스웨덴 한림원에서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헝가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매년 후보에 오를 만큼 라슬로는 유럽 등에서 지명도가 높은 소설가다.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 가운데에서도 예술적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며 선구적인 전작(全作)에 노벨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슬로는 지난 1954년 루마니아 국경 인근 헝가리 남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알려진 대로 헝가리는 1949∼1989년 1당 체제의 공산주의 국가였다. 자유를 추구하는 작가에게 억압의 정치체제는 소설 쓰기의 동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라슬로의 노벨상 수상은 자연스레 1년 전 우리에게 감격을 안겨주었던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떠올리게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 미려한 문체와 운명에 맞서는 작가적 책무 등에서 유사점이 있다.
한강의 노벨상 1주년과 맞물려 지역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광주시에서는 9월 6~7일, 10월 11~12일 시청 야외광장 및 열린청사에서 ‘2025 빛고을 책마당’ 축제를 열었다. 행사는 한강 작가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적극 반영해 마련됐다.
이번 축제는 ‘책이랑 날자: 북(Book)& 락(樂)’을 주제로 독서진흥을 넘어 독서, 공연, 체험이 어우러진 시민 참여형으로 기획됐다. 또한 ‘노벨’을 주제로 한 특별 소개 공간 운영, 북 인플루언서 김겨울 작가의 북 토크쇼, ‘케이(K)-문학’을 주제로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 등을 조명했다.
9월과 10월 공통적인 프로그램은 야외도서관을 비롯해 음악공연, 북마켓, 독서 체험부스, 야외도서관 등이 마련됐다.
나름 의미있고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한편으로 아쉬운 대목도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사는 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지역 출판이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역 출판을 살릴 수 있는 근원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하나의 생태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은 올 봄 발간된 ‘문학들’(통권 79)의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를 위한 하나의 상상’이라는 글에서 책 생태계 조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생태계 활성화는 자율 시장, 곧 자본의 흐름에만 맡겨서는 그 해법이 어려울 만큼 간단치 않다.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에는 여러 과정과 단계를 거친다. 저자(작가)-출판사-서점, 도서관-독자의 순환구조이다. 책이 주는 효능을 기대한다면 책의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며 “책의 생태계 순환 고리 중에서 도서관과 독자의 연결이 너무 취약하다. 한국의 성인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는 통계는 여전하므로 독서와 책의 자율 시장에 맡겨서는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터러시가 부단히 강화되는 곳에서 판단력을 가진 민주시민, 책임 있는 사회인, 유능한 경제인이 나오고 우수한 연구자, 예술가, 전문 직업인이 배양됨을 알기 때문”이라며 “상상력과 창의력의 도시로서 광주의 도약과 전환을 모색하려면 지금까지의 도시정책의 한 축을 재설계해야 한다. 상상력이 의미의 풍요로운 확장이라면 광주는 지금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활용하여 인문도시 광주, 세계인이 주목하는 책과 문학의 도시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 소장은 한강 문학을 주요 텍스트 겸 테마로 삼아 ‘세계문학축전’을 개최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세계문학축전’과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 ‘북 페스티벌’을 복합적으로 묶어서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지역 출판사, 그리고 동네 서점을 연결하여 문학 독자들과 만나고 시민들의 세계문학 향유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거론했다.
즉 지역의 문학인, 출판사, 동네서점-도서관 그리고 시민 독자들이 주체가 돼 책과 문학의 도시를 열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광주에서 종합문예지 ‘문학들’을 10년 넘게 발행해 온 송광룡 ‘문학들’ 대표는 출판사 내부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사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편집자는 기획, 필자 섭외, 교정과 교열, 디자인, 영업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작은 지역일수록 혈연·지연·학연의 고리는 두텁습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 ‘고리’가 때로는 지역의 사정을 파악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지요. 긍정하든 부정하든 체득해야 합니다.”
그는 지역 밖의 새로운 변화와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역 밖의 정보와 지역 안의 특성을 융합할 수 있는 감각을 기르고,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틈새를 찾을 때, 그 ‘고리’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앙에도 독자들의 신뢰를 받는 문예지가 예상 외로 많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앙이든 지역이든 공신력 있는 잡지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송 대표는 “모든 것이 중앙을 지향하는 현실에서 지역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책을 내는 것만큼 절실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지역 출판인이 중앙과 소통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행사를 여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한계가 있다 보니 지역의 출판사는 다양한 저자나 중앙에서 활동하는 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송기역 기역 출판사 대표는 “지역 출판인이 중앙과 소통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행사를 열면 좋겠다”며 “중앙에 있는 출판사 및 저자들이 광주에 모이는 북페스티벌 행사를 국제적 규모로 열어 노벨상 수상 도시로서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자매 결연 행사 지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일례로 출판도시 파주와 광주가 자매 결연을 맺고 파주 출판인과 광주 출판인이 만나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부연했다.
사실 지역 출판은 대체로 1인 출판사나 소형 출판사가 대부분이다. 중앙에 비해 출판 관련 행사나 북페스티벌 등 규모가 작은 탓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송 대표는 규모 있는 지역 도서전, 지역 출판사가 발간한 책을 지역책방에서 북토크 등의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세기가 로컬콘텐츠시대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 지방 없이 중앙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내재하고 있는 가능성 있는 곳이 ‘지역’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정명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는 ‘문학들’(2024년 가을호) ‘지역출판 활성화와 국가문화정책 방향’의 글에서 정책 방향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자체에서 지방분권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지역을 알리기 위해서는 ‘책(출판)’을 활용해 지역문화를 발굴하여 이를 브랜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분명 콘텐츠 기반은 ‘출판’이다. “현재 K-Book, K-문학 등을 말하며 해외 저작권 수출과 2차 저작물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해외 저작권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출판콘텐츠를 발굴해야 지속가능하다”며 “해외로 출판산업을 확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국내 출판산업의 예산까지 삭감해 가면서 해외 수출만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 가운데에서도 예술적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며 선구적인 전작(全作)에 노벨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슬로의 노벨상 수상은 자연스레 1년 전 우리에게 감격을 안겨주었던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떠올리게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 미려한 문체와 운명에 맞서는 작가적 책무 등에서 유사점이 있다.
![]() ![]() |
| 전일빌딩245 1층에 마련된 북카페. |
9월과 10월 공통적인 프로그램은 야외도서관을 비롯해 음악공연, 북마켓, 독서 체험부스, 야외도서관 등이 마련됐다.
나름 의미있고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한편으로 아쉬운 대목도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사는 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지역 출판이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역 출판을 살릴 수 있는 근원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하나의 생태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은 올 봄 발간된 ‘문학들’(통권 79)의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를 위한 하나의 상상’이라는 글에서 책 생태계 조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생태계 활성화는 자율 시장, 곧 자본의 흐름에만 맡겨서는 그 해법이 어려울 만큼 간단치 않다.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에는 여러 과정과 단계를 거친다. 저자(작가)-출판사-서점, 도서관-독자의 순환구조이다. 책이 주는 효능을 기대한다면 책의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며 “책의 생태계 순환 고리 중에서 도서관과 독자의 연결이 너무 취약하다. 한국의 성인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는 통계는 여전하므로 독서와 책의 자율 시장에 맡겨서는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터러시가 부단히 강화되는 곳에서 판단력을 가진 민주시민, 책임 있는 사회인, 유능한 경제인이 나오고 우수한 연구자, 예술가, 전문 직업인이 배양됨을 알기 때문”이라며 “상상력과 창의력의 도시로서 광주의 도약과 전환을 모색하려면 지금까지의 도시정책의 한 축을 재설계해야 한다. 상상력이 의미의 풍요로운 확장이라면 광주는 지금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활용하여 인문도시 광주, 세계인이 주목하는 책과 문학의 도시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 소장은 한강 문학을 주요 텍스트 겸 테마로 삼아 ‘세계문학축전’을 개최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세계문학축전’과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 ‘북 페스티벌’을 복합적으로 묶어서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지역 출판사, 그리고 동네 서점을 연결하여 문학 독자들과 만나고 시민들의 세계문학 향유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거론했다.
즉 지역의 문학인, 출판사, 동네서점-도서관 그리고 시민 독자들이 주체가 돼 책과 문학의 도시를 열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광주에서 종합문예지 ‘문학들’을 10년 넘게 발행해 온 송광룡 ‘문학들’ 대표는 출판사 내부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사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편집자는 기획, 필자 섭외, 교정과 교열, 디자인, 영업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작은 지역일수록 혈연·지연·학연의 고리는 두텁습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 ‘고리’가 때로는 지역의 사정을 파악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지요. 긍정하든 부정하든 체득해야 합니다.”
그는 지역 밖의 새로운 변화와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역 밖의 정보와 지역 안의 특성을 융합할 수 있는 감각을 기르고,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틈새를 찾을 때, 그 ‘고리’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앙에도 독자들의 신뢰를 받는 문예지가 예상 외로 많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앙이든 지역이든 공신력 있는 잡지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송 대표는 “모든 것이 중앙을 지향하는 현실에서 지역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책을 내는 것만큼 절실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지역 출판인이 중앙과 소통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행사를 여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한계가 있다 보니 지역의 출판사는 다양한 저자나 중앙에서 활동하는 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송기역 기역 출판사 대표는 “지역 출판인이 중앙과 소통할 수 있는 규모 있는 행사를 열면 좋겠다”며 “중앙에 있는 출판사 및 저자들이 광주에 모이는 북페스티벌 행사를 국제적 규모로 열어 노벨상 수상 도시로서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자매 결연 행사 지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일례로 출판도시 파주와 광주가 자매 결연을 맺고 파주 출판인과 광주 출판인이 만나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부연했다.
사실 지역 출판은 대체로 1인 출판사나 소형 출판사가 대부분이다. 중앙에 비해 출판 관련 행사나 북페스티벌 등 규모가 작은 탓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 |
| 다양한 책들이 비치된 전일빌딩245 북카페. |
21세기가 로컬콘텐츠시대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 지방 없이 중앙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내재하고 있는 가능성 있는 곳이 ‘지역’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정명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는 ‘문학들’(2024년 가을호) ‘지역출판 활성화와 국가문화정책 방향’의 글에서 정책 방향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자체에서 지방분권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지역을 알리기 위해서는 ‘책(출판)’을 활용해 지역문화를 발굴하여 이를 브랜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분명 콘텐츠 기반은 ‘출판’이다. “현재 K-Book, K-문학 등을 말하며 해외 저작권 수출과 2차 저작물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해외 저작권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출판콘텐츠를 발굴해야 지속가능하다”며 “해외로 출판산업을 확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국내 출판산업의 예산까지 삭감해 가면서 해외 수출만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