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12> 해외 선진지를 가다-일본 다문화정책 핵심은 ‘공생’
2025년 10월 22일(수) 19:25 가가
함께 합니다···같이 갑니다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정부 차원서 ‘공생’의 방법 고민
지난해 일본 거주 외국인 376만명 이방인 아닌 ‘나라의 힘’이 될 국민
‘공생’ 대표 기구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외국인 지원·국제 교류·국제 협력
31년째 법률·인권·생활 상담 서비스
원주민·이주민 간 가교 역할 ‘톡톡’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정부 차원서 ‘공생’의 방법 고민
지난해 일본 거주 외국인 376만명 이방인 아닌 ‘나라의 힘’이 될 국민
‘공생’ 대표 기구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외국인 지원·국제 교류·국제 협력
31년째 법률·인권·생활 상담 서비스
원주민·이주민 간 가교 역할 ‘톡톡’
언어도, 인종도, 문화도 다른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삶. 전남도의 현실이자 미래로 다가온 ‘다문화’ 흐름을 미리 겪었던 일본은 어떻게 이주민들을 받아들였을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여 앞서 다문화 흐름을 받아들인 나라다. 1990년 일본 외국인입국관리법이 개정되면서 100여년 전 남미로 목화를 따러 이주했던 재외 일본인 3~4세들이 일본으로 대거 이주해 온 것이 시초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를 지나서야 ‘다문화’ 논의가 시작된 것과 대비된다.
일본의 다문화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일본에 있는 외국인은 376만 8977명이며, 이는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도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1년 276만명, 2022년 307만명, 2023년 341만명 등 증가 폭이 가파르다. 출신별로는 중국 87만여명, 베트남 63만여명, 한국 40만여명, 필리핀 34만여명 등 다양하다.
반면 일본의 전체 인구 수는 지난 16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며, 지난해 기준 1억 2065만여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보다 91만여명(0.75%) 줄어든 수치다.
일본은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일본 내 외국인들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생’의 방법을 정의했다. 일본 총무성이 2006년 정한 공생의 정의는 ‘국적이나 민족등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해,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주민과 원주민 간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합심해서 같이 살아가는 것, 이주민들이 각자 일본 사회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일본의 다문화 정책 핵심이다.
◇장벽을 넘어, ‘공생’하는 사회=일본 오사카시 텐노지구 우에혼마치 8쵸메에 자리잡은 공익재단법인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다문화 이주민들과 공생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다.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오사카를 비롯한 일본 관서지방 일대에서 외국인 지원, 국제 교류, 국제 협력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지난 1987년 오사카시(市)가 5억엔을 출자해 설립된 관리출자법인으로 1990년 오사카시 관할 지역 국제화 협회로 인가를 받은 뒤 1993년 특정 공익 증진 법인으로서 인가를 받고, 2012년 공익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곳은 1995년부터 31년째, 연 2회씩 외국인을 위한 법률·인권·생활 등 일일 상담 서비스를 시작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최근에는 오사카 거주 외국인도 19만여명까지 늘어나면서 오사카국제교류센터의 원주민·이주민 간 가교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이를 위해 4가지 목표를 갖고 다문화 정책을 실현 중이다. 각각 국제교류·협력 추진, 외국인이 살기 좋은 커뮤니티 형성, 국제교류 실무자 육성, 국제화 관련 정보 제공 등이다.
특히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이주민이 지역 커뮤니티에 참가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아이하우스 다문화교류 플랫폼’이 그 예다. 이는 이주민들이 직접 강사가 돼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거나 생활이나 육아, 교육, 방재 등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편리한 정보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이와 연계돼 매년 여름철에는 ‘아이 하우스 de 다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외국인주민이 주체가 돼 각 나라의 언어와 음악, 춤, 요리 등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적응하기에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히는 ‘언어’에 대한 지원책을 이주민의 각 상황에 맞춰 세분화 한 점도 특징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거나 어릴 때부터 일본으로 이주해 온 이들을 위한 ‘고도모 히로바’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 2학년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일본어 교육을 해 주는 사업이다. 성인의 경우 온라인 일본어교실, 생활 일본어 교육, 비즈니스 일본어 등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언어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가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일본으로 이주하기 이전에 의무 교육을 마치고 온 이들을 위한 ‘미라이(미래)’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교육 제도는 의무 교육이 중학교까지이며,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들어가야 하는데다 대학교부터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있어야 입학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교육까지 받고 일본에 온 경우 아무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을 받을 방법이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이 된다. 미라이 프로그램은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즉시 고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일본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주민의 능력이 곧 나라의 힘=일본의 다문화 정책은 이주민들이 국가나 지원센터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이주민의 사회적 동참을 유도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오사카국제교류센터가 추진 중인 ‘달인’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시다.
달인 프로그램은 외국인주민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자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외국인주민을 ‘달인’으로 선정해 인터넷 등을 통해 지역이나 학교 강사 등으로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강연회와 워크숍, 이주민 시점에서 소개하는 생활 정보들 등을 퍼트리는 주체로 만듦으로써 지역 주민과 일본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메모토 리에(梅元 理惠)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사무국장은 “오사카도 상당한 대도시인데, 외국인이 늘면서 그들과 원주민 간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문제가 점점 커졌다”며 “발상을 전환해 이주민이 단순히 지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지원을 해 주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달인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달인 프로그램 책자를 통해 살펴본 달인의 면면도 화려했다. 한국 출신의 박찬중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이주민 교류에 힘쓰고 싶다며 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출신 뚜옛 시치는 2021년부터 외국인 지원단체를 만들어 무상으로 도시락을 배부하는 행사를 열고 있는 활동가이며, 말레이시아 출신 졸카나인 하센 바스리는 일본과 이슬람 간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업가다. 달인들은 오사카 내에서 이주민들과 연결고리가 돼 주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한다.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이주민들이 안전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오사카시와 협력해 ‘재해 다국어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 주민이 직접 다국어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평시부터 방재훈련을 하고 자원봉사자를 육성해 ‘안전요원’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이 1995년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재해 시 이주민들이 직접 방재 활동을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것이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측 설명이다.
한편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이전부터 오사카부 내 행정부서와 경찰, 의사회, 변호사회 등 외국인 주민과 관련된 단체 등 21개 단체가 모여 연락회의를 진행하는 등 상호 협력 체계도 완비하고 있었다. 1년에 3회씩 회의를 개최해 외국인으로부터의 상담 사례나 과제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우메모토 사무국장은 “오사카뿐 아니라 일본 전체가 더이상 외국인들을 일시적인 거주자로 지나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일본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며 “출신 배경이 다른 만큼 문화나 습관, 사고방식이 다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고, 이주민과 원주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성공적인 다문화 정책의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일본 오사카=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여 앞서 다문화 흐름을 받아들인 나라다. 1990년 일본 외국인입국관리법이 개정되면서 100여년 전 남미로 목화를 따러 이주했던 재외 일본인 3~4세들이 일본으로 대거 이주해 온 것이 시초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를 지나서야 ‘다문화’ 논의가 시작된 것과 대비된다.
![]() ![]() |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 다문화 관련 서적들이 비치돼 있다. |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오사카를 비롯한 일본 관서지방 일대에서 외국인 지원, 국제 교류, 국제 협력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지난 1987년 오사카시(市)가 5억엔을 출자해 설립된 관리출자법인으로 1990년 오사카시 관할 지역 국제화 협회로 인가를 받은 뒤 1993년 특정 공익 증진 법인으로서 인가를 받고, 2012년 공익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곳은 1995년부터 31년째, 연 2회씩 외국인을 위한 법률·인권·생활 등 일일 상담 서비스를 시작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최근에는 오사카 거주 외국인도 19만여명까지 늘어나면서 오사카국제교류센터의 원주민·이주민 간 가교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 |
오사카국제교류센터가 있는 인터내셔널 하우스 오사카 내부 모습. |
특히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이주민이 지역 커뮤니티에 참가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아이하우스 다문화교류 플랫폼’이 그 예다. 이는 이주민들이 직접 강사가 돼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거나 생활이나 육아, 교육, 방재 등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편리한 정보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이와 연계돼 매년 여름철에는 ‘아이 하우스 de 다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외국인주민이 주체가 돼 각 나라의 언어와 음악, 춤, 요리 등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 |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교류회. |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언어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가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일본으로 이주하기 이전에 의무 교육을 마치고 온 이들을 위한 ‘미라이(미래)’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교육 제도는 의무 교육이 중학교까지이며,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들어가야 하는데다 대학교부터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있어야 입학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교육까지 받고 일본에 온 경우 아무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을 받을 방법이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이 된다. 미라이 프로그램은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즉시 고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일본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 ![]() |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서 외국인들이 다문화 교류 프로그램 ‘대만 밤시장에 가보자’를 즐기고 있다. |
오사카국제교류센터가 추진 중인 ‘달인’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시다.
달인 프로그램은 외국인주민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자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외국인주민을 ‘달인’으로 선정해 인터넷 등을 통해 지역이나 학교 강사 등으로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강연회와 워크숍, 이주민 시점에서 소개하는 생활 정보들 등을 퍼트리는 주체로 만듦으로써 지역 주민과 일본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메모토 리에(梅元 理惠)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사무국장은 “오사카도 상당한 대도시인데, 외국인이 늘면서 그들과 원주민 간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문제가 점점 커졌다”며 “발상을 전환해 이주민이 단순히 지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지원을 해 주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달인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달인 프로그램 책자를 통해 살펴본 달인의 면면도 화려했다. 한국 출신의 박찬중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이주민 교류에 힘쓰고 싶다며 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출신 뚜옛 시치는 2021년부터 외국인 지원단체를 만들어 무상으로 도시락을 배부하는 행사를 열고 있는 활동가이며, 말레이시아 출신 졸카나인 하센 바스리는 일본과 이슬람 간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업가다. 달인들은 오사카 내에서 이주민들과 연결고리가 돼 주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한다.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이주민들이 안전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오사카국제교류센터는 오사카시와 협력해 ‘재해 다국어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 주민이 직접 다국어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평시부터 방재훈련을 하고 자원봉사자를 육성해 ‘안전요원’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이 1995년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재해 시 이주민들이 직접 방재 활동을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것이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측 설명이다.
![]() ![]() |
오사카국제교류센터의 정숙인 사업담당과장대리(왼쪽부터)와 우메모토 리에 사무국장, 시마 카즈미 팀장, 키시 토시유키 과장 등이 센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
우메모토 사무국장은 “오사카뿐 아니라 일본 전체가 더이상 외국인들을 일시적인 거주자로 지나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일본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며 “출신 배경이 다른 만큼 문화나 습관, 사고방식이 다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고, 이주민과 원주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성공적인 다문화 정책의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일본 오사카=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