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경 매일 보고 싶다…무등산 정상 시민 품으로”
2025년 10월 09일(목) 21:15
2년만에 무등산 정상 개방
가족·친구 등 3800여명 찾아
탁 트인 풍광 속 가을 정취 만끽
방공포대 주둔에 동영상 촬영 안돼
주변 환경과 부조화 화장실 눈살도
군공항 이전 발맞춰 기지 옮기고
시민 누구나 쉽게 오르는 산 되길

무등산 정상 개방행사가 열린 9일 시민들이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가을 산행을 즐기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 시민들의 산 무등산을 언제까지 ‘일부 개방’으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요. 국립공원공단도 시민 의견 수렴도 않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을 지어대는데, 무등산은 언제쯤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9일 무등산에서 열린 정상(천왕봉·지왕봉) 개방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무등산 정상에서 탁 트인 광주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며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무등산이 광주 시민들에게 ‘어머니의 산’으로 통하는 것이 무색하게 군 부대는 60년 동안 정상을 통제하고, 국립공원공단은 ‘제멋대로’ 시설물을 지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무등산을 두고 “과연 누구의 산이냐”는 씁쓸한 물음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국가AI 컴퓨팅센터 유치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추석 연휴 기간에 맞춰 진행됐다.

이날 원효사 옛길을 따라 산행에 나선 시민 3800여 명은 서석대를 거쳐 지왕봉에 도착해 정상의 풍경을 만끽했다. 곳곳에서는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반달가슴곰과 수달 캐릭터 ‘반달이·달콩이’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는 등 무등산 사랑을 여실히 드러낸 이들도 눈에 띄었다.

2년만에 열린 개방 행사로 무등산은 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지만, 시민들은 곳곳에 설치된 철조망, 위장망으로 가려진 군장비 등 군시설물 그리고 인공구조물에 눈살을 찌푸렸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사진 촬영도 정해진 곳에서만 가능했으며, 동영상 촬영도 제한돼 시민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천왕봉은 방공포대가 있어 접근과 촬영 모두 불가능했고, 지왕봉 앞에도 군시설물이 설치돼있어 기념촬영을 하던 시민들도 카메라 화면에 시설물이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했다. “이쪽은 사진 촬영하시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중간중간 울려퍼졌다.

행사에 참여한 조요셉(66)씨는 “비로소 어머니 품에 안긴 기분이지만 여전히 부대가 차지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며 “민관이 협력해 진정한 개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46)씨도 “도심이 품은 산 중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드문데, 온통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군사적 가치가 떨어진 방공포대를 더 이상 정상에 놔둘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주상절리 등 무등산만의 지형을 즐길 수 있는 볼 수 있는 공원 곳곳에 시민 의견수렴 과정조차 없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건축물이 세워진 데<광주일보 7월 9일 7면>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입석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불재 쉼터에도 등반 중 지친 등산객들이 모여들어 물을 마시고 ‘인생샷’을 남기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지만 평탄한 지대 위 놓인 화장실 건축물은 반대편 은빛 억새 풍광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족 5명과 함께 정상에 오른 뒤 더위를 식히던 선남영(65)씨는 “30년만에 정상에 와봤는데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광주시와 국립공원공단이 무등산이 갖는 세계적 지질공원이라는 가치를 잘 살려나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무등산은 방공포대 기지가 1966년 무등산 천왕봉에 설치된 이후 59년 여 동안 주둔하면서 정상부 출입이 통제돼 왔다. 공군은 1985년까지 무허가로 부지를 사용했으며, 이후 광주시로부터 1995년까지는 10년 단위, 그 이후부터는 3년 단위로 점·사용허가를 받으며 부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기술 발달로 고지대 주둔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부대 이전은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 군공항이 이전될 경우 방공포대도 연계 이전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날 시민들과 함께 무등산을 오른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군공항 이전지가 결정되면 즉각 이곳의 방공포대는 옮겨가도록 준비가 끝나 있다”며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이재명 정부에서 조속히 매듭짓고 더불어 이 방공포대가 이전하고 정상부가 활짝 열리는 그런 시간을 시민들이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무등산 정상 개방은 이날을 포함해 총 27회 진행됐으며, 49만여명의 탐방객이 방문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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