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동행하고 10시 출근…밤엔 공공심야병원에 ‘안심’
2025년 09월 29일(월) 20:00
광주다움 통합돌봄 ‘K복지’ 브랜드 되다 <3> 어린이 돌봄
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 시행
광주 넘어 국가 정책으로 확대
심야어린이병원에 만족도 높아

광주시 광산구 선운지구 아파트 단지 앞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10시 출근제로 등굣길을 함께한 김승태씨가 지난 25일 오전 8시20분께 자녀들과 인사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부모가 직접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전 10시에 회사에 출근하는 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다.

밤에는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확대 운영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을 낮추는 등 돌봄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5일 광주시 광산구 선운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스쿨버스가 서는 오전 8시 20분이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서 있었다.

제이에스바이오컴퍼니를 다니는 김승태씨는 3학년 아들과 1학년 딸 손을 각각 잡고 천천히 걸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손을 흔들어 아이들을 올려보내고, 집으로 돌아가 설거지와 분리수거를 챙긴 뒤 김 씨는 오전 9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회사 도착은 오전 9시 57분, 정식 출근은 오전 10시. 광주시가 올해 도입한 ‘10시 출근제’ 덕분에 가능해진 루틴이다.

김씨는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먹으니 가족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이들이 ‘아빠도 우리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회사는 김씨의 업무도 재배치 했다. 김씨가 늦게 출근하는 날엔 필요한 물품을 미리 사와 동료 부담을 덜고, 일이 밀리면 오후 6시 30분까지 유연하게 근무를 연장한다.

임정애 히노아스카 생산팀 파트장도 “세 딸을 키우며 늘 전쟁같던 아침이 출근시간이 한 시간 늦춰지자 집도 일도 안정됐다”고 했다. 김경원 광은비즈니스 IT지원팀 대리는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할 때 아빠가 먼저 대응할 수 있어 불안이 줄었고, 손잡고 등교하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2022년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를 추진해 왔다. 광주시가 전국 지차체 가운데 맨처음 도입했다.

현장에서는 하루 1시간 근무를 줄여 돌봄 시간을 확보하고, 시는 기업에 인건비 손실분을 보전해 인력운영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올해는 총사업비 2억2400만원으로 이용 대상을 300명까지 늘렸고, 출근 1시간 지연 또는 퇴근 1시간 조기 선택을 모두 열어 실제 현장에서 확대되고 있다.

내년에는 국가정책으로 격상돼 전국적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광주시 모델을 토대로 대상을 유아 부모까지 넓히고, 지원 기간을 2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확대해 2026년부터 전국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 10일 오후 광주기독병원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소아외래 대기실에서 보호자들이 야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밤의 안전망도 아동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지난 10일 해가 진 오후 7시 30분, 광주기독병원 응급의료센터 옆 공공심야어린이병원 불이 켜지면 30분에 다섯 가족꼴로 아이를 안은 보호자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병원으로 들어섰다.

접수는 야외 창구에서 이뤄지고 진료·검사·수납·귀가까지 한 동선 안에서 돌아간다. 대기는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독감·수족구 유행기나 주말에는 100명 넘게 몰리는 날도 있다.

접수 창구 직원들은 “주말 낮 이후부터 저녁 10시 사이가 피크타임이고 광주뿐 아니라 목포·영광·완도에서도 온다”고 전했다.

이날도 함평에서 온 보호자 박경록씨는 “낮 소아과는 오픈런이 기본이라 밤에 가족이 함께 온다”면서 “이곳은 설명을 충분히 해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평일 기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수납·엑스레이·검사·원내약사가 시간대별 배치되고, 진료는 1인당 약 10분을 원칙으로 한다.

비용은 외래보다 약간 높고 응급실보다 낮은 1만7000원대가 일반적이고, 병상 연계가 가능한 종합병원형이라 중등도는 야간 외래에서, 입원이 필요한 아동은 병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아과 권장훈 과장은 “문진·진찰보다 설명에 5~7분을 씁니다. 경고증상, 재내원 기준, 가정 관리요령을 충분히 안내하면 72시간 재방문이 줄어든다”고 했다.

주말엔 오전·오후 교대제를 운용하고 과밀 환자가 밀리면 대기순번을 메시지로 발송해 부모들이 승용차에서 대기하도록 유도한다.

심야약국과 연계로 ‘진료-조제-귀가’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점도 보호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대기 꼬리’가 생기는 시간대에 백업 인력을 가동하고, 카카오톡 순번 알림 등 안내 체계를 표준화해 보호자 불안을 줄이고 있다. 다만 보호자들은 “자정 직전 병원에 올때는 조마조마하다”며 운영시간 연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의료진은 “운영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인력·수가·심야약국 네트워크를 함께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애실(북구 임동) 씨는 “2023년 여름부터 꾸준히 이용했다. 대기 스트레스가 적고 의사·간호사 설명이 상세하다”면서 “다만 자정 이후까지 조금만 더 연장해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남진희 인턴기자 njinhee3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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