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 종합 대책’ 압박에 지역 건설업계 ‘우려’
2025년 09월 18일(목) 19:20 가가
중대재해 땐 과징금 폭탄·3년간 영업정지 2회 후 재발 시 등록말소 등
건설경기 악화에 줄폐업 우려…“노동자 인식 개선 캠페인 등 병행돼야”
건설경기 악화에 줄폐업 우려…“노동자 인식 개선 캠페인 등 병행돼야”
고용노동부에서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내놓은 새로운 노동 관련 대책이 지역 건설업계에 긴장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오고 있다.
정부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뿌리 뽑겠다며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록말소까지 포함한 고강도 제재 방안을 발표했지만, 지역건설현장에선 제도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미분양 등으로 체질이 허약해진 지역 건설업체의 줄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방적 차원의 정부 지원책 마련 등을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핵심은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다.우선 1년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법인에 영업이익의 5% 이내(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망자 수와 발생 횟수에 따라 금액은 차등 적용되며 부과된 과징금은 산업재해예방기금에 재투자된다.
영업정지 요건도 크게 강화됐다. 기존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영업정지를 했지만 앞으로는 ‘연간 다수 사망’도 제재 사유에 포함된다. 영업정지 기간 역시 사망자 수에 비례해 현행 2~5개월에서 더 늘어난다
‘삼진아웃제’도 도입된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건설사가 다시 중대재해를 일으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건설업 등록이 말소된다. 사실상 ‘업계 퇴출’을 의미하는 강력한 조치다.
정부는 제재 강화와 함께 반복적으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공공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대출·보증 등 금융 거래에서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강경한 제재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망 사고와 여전히 높은 산재 사망률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사고 사망만인율(인구 1만명당 사망자 수 비율)은 2023년 기준 0.39로 같은 기간 일본(0.12), 독일(0.11), 영국(0.03)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추락·끼임 같은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지역 건설업계는 안전 강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과징금과 영업정지 강화가 중소 건설사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지역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려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면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번 정부 대책은 현장 안전문화 정착보다는 단기적인 처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건설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다. 5%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한 건설 현장 수익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건설업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제재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를 줄이는 가장 큰 방법은 결국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라며 “현장에서 안전 장비를 지급해도 귀찮다는 이유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장치와 함께 노동자 인식 개선 캠페인, 체험형 교육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정부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뿌리 뽑겠다며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록말소까지 포함한 고강도 제재 방안을 발표했지만, 지역건설현장에선 제도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미분양 등으로 체질이 허약해진 지역 건설업체의 줄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방적 차원의 정부 지원책 마련 등을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제재 강화와 함께 반복적으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공공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대출·보증 등 금융 거래에서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강경한 제재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망 사고와 여전히 높은 산재 사망률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사고 사망만인율(인구 1만명당 사망자 수 비율)은 2023년 기준 0.39로 같은 기간 일본(0.12), 독일(0.11), 영국(0.03)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추락·끼임 같은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지역 건설업계는 안전 강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과징금과 영업정지 강화가 중소 건설사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지역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려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면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번 정부 대책은 현장 안전문화 정착보다는 단기적인 처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건설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다. 5%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한 건설 현장 수익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건설업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제재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를 줄이는 가장 큰 방법은 결국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라며 “현장에서 안전 장비를 지급해도 귀찮다는 이유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장치와 함께 노동자 인식 개선 캠페인, 체험형 교육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