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SRF…기준치 초과 악취 확인하고도 ‘쉬쉬’
2025년 08월 07일(목) 20:45
지난 6월 배출구서 확인…청정빛고을-광주시 결과 안 알려
‘하루 16시간 이내 가동’ 운영시간도 2017년부터 ‘24시간’
업체 “가동시간-냄새 무관”…주민들, 물리적 개선 조치 요구

광주시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 전경.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시 남구 양과동의 광역위생매립장 내 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SRF)에서 최근 허용 기준치보다 높은 악취 수치가 측정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SRF 시설이 당초 계약과 달리 운영 첫 해부터 ‘16시간 가동’이 아닌 ‘24시간 가동’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시설과 관련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광주일보 8월 7일 6면> 가운데 악취 측정을 했던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측정 결과를 알고 있던 광주시, 남구 등 누구도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6월 12~13일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광주시 의뢰를 받아 SRF 시설 배출구에서 복합악취 수치를 측정한 결과 법정 허용기준인 희석배수 500을 넘어 669가 검출됐다.

희석배수는 ‘공기희석관능법’에 따라 후각을 이용해 악취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시료를 무취 공기로 몇 배 희석해야 하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해당 공기의 악취를 제거하려면 무취 공기로 669배를 불어넣어야 겨우 희석된다는 의미다. 광주시와 보건환경연구원이 주민 민원을 받고 악취 수치를 측정한 이후 법정 허용기준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민들이 최근 악취가 심해졌다는 민원을 잇따라 제기해왔음에도, 기준을 넘어선 악취 수치가 나왔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의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와 남구는 7일 구의원,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현장 시찰 자리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또 해당 시설 운영자인 특수목적법인(SPC) 청정빛고을 측은 당초 광주시와 위수탁 계약을 맺을 당시 16시간을 운영하겠다고 협의한 바와 달리 운영을 시작한 해인 2017년부터 24시간동안 가동한 것으러 드러났다.

업체 측은 광주시와 협의를 거쳐 진행한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운영시간 변경에 대한 인허가 서류는 2018년 10월 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정빛고을 측은 2018년 한차례 운영이 중단된 이후 2022년 3월부터 재가동됐고 같은 해 12월부터 100% 가동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앞서 지난 6월 광주시 남구에 “오후 6시 이후에도 폐기물을 반입하고, 야간 시간 작업 중인 것을 입주민과 확인했다”고 지적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시와 남구 등은 계약상 업체에 ‘권고’ 조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지속적인 불편을 호소하고 있고, 광주시 또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광주시가 해당 시설의 직접 투자 주체는 아닌 만큼, 협약서에 따라 청정빛고을 측이 악취 저감 설비를 마련하고 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광주시 남구 관계자도 “해당 시설은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로서 남구가 직접적인 운영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몇년 전부터 매년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가 명확한 원인 조사나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불과 지난 6일에도 주민들이 남구, 광주시 관계자들과 동행해 현장 시찰을 나갔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해 한 마디도 듣지 못 했다는 점에서 해당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악취 유발 공정을 밀폐하거나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시스템 도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공정 구간에 대한 정압 유지, 시설 밀폐화, 악취 유출 방지 덮개 설치 등의 물리적 개선 조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구 효천1·2지구 주민들로 구성된 효천주민협의회는 오는 13일 효천지구 내 8개 단지 주민대표회의를 통해 악취에 대한 대책을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다.

한편 업체 측은 “가동 시간과 냄새와는 상관이 없다. 시간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원래는 생활 쓰레기만 들어와야하는데 이외에 건설폐기물도 들어가고 볼링공도 들어오는 등 기계를 파손시키는 것들이 자주 들어오기 때문이었다”며 “이로 인해 정지되는 일이 많고 고치는 데도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단없이 돌릴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광주시는 환경부의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에 따라 상무소각장 폐쇄 후 SRF제조시설을 건립키로 하고, 공모를 통해 지난 2014년 현재 운영자인 청정빛고을(대표사 포스코이앤씨)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설계·시공·운영 제반 사항을 포함한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시설 건립에 착수, 2017년 1월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주시가 나주시민의 민원을 이유로 광주SRF제조시설에서 생산되는 가연성폐기물연료의 판매처인 한국난방공사의 SRF발전시설에 대한 사용승인을 지연함에 따라 광주SRF제조시설은 2018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4년여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

/김진아 기자 ji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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