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에 묶여 조롱 당해도 현장 상담 꿈도 못꾼다
2025년 08월 05일(화) 20:10
거꾸로 가는 외국인노동자 정책
외국인지원센터 예산 전액 삭감
노동자 급증에도 인력 대폭 감축
<상> 센터 문 닫고 상담 줄이고
보호·지원하는 공간 사라져
인권침해·체불 등 민원 폭주해도
출장 상담·지원 못해 전화로 대체

네팔 국적의 노동자들이 5일 영암 대불산단 내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를 나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한 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우리 국민처럼 한국을 찾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을 생활 터전으로 삼은 외국인은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어섰고 전남은 최근 5년(2019~2024) 간 외국인 증가율이 전국 1위(65.1%)에 오를 정도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 도시가 됐다.

그럼에도, 정부 예산은 20년 만에 전액 삭감되는 등 외국인 지원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벽돌더미에 묶어 지게차로 들어올려지며 괴롭힘을 당한 외국인 노동자 사건을 계기로 지역 외국인 노동자 지원 실태를 두 차례에 걸쳐 긴급점검한다.

#.전남이주민통합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현장 출장 상담을 포기했다. 병원 진료 과정에서 필요한 통역 동행 요청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다.

정부가 개별 센터지원을 폐지하고 예산지원을 공모방식으로 바꾼 탓에 사업비를 확보하려면 공모 경쟁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지만 인력 구조조정까지 한 상태에서 급증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애로사항을 처리하면서 공모 준비까지 하기는 힘들다는 게 지원센터측 하소연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광주·전남을 비롯,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면 삭감했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 외국인노동자들은 급증했다. 지원센터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소통이 어려운 이주민들을 돕는 기능이 크게 약화되면서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지원 정책이 표류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광주·전남 전역에 외국인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최근 발생한 ‘나주 벽돌공장 인권침해 사건’<광주일보 7월 24일자 7면>도 이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광주시, 전남도가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는 각각 광주 1곳, 전남 6곳으로,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단체로 자금난에 놓였다. 광주의 경우 2023년 지원을 받는 센터가 4곳(거점 1·소규모 3) 있었지만, 지난해 1곳으로 축소되며 통·폐합되다시피 했다. 전남도 지난해부터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쥐꼬리 예산’으로 6곳 운영비를 나눠 지원하는 실정이다.

고용부는 2020년만 해도 87억원 수준이던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을 줄이더니 지난해부터 전액 삭감했다. 긴축 예산 기조와 세수 감소가 맞물리면서 이뤄진 일로 이 때문에 전남의 소규모 지원센터의 경우 운영비가 4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되는 등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 수는 급증했다. 통계청의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 한국을 생활 터전으로 삼은 외국인이 처음으로 150만명( 156만 1000여명)을 넘어섰다. 전남은 3만 2900명(2020년)이던 ‘등록 외국인’ 이 지난해 5만 7189명으로 급증했고 최근 5년(2019~2024) 간 외국인 증가율이 전국 1위(65.1%)다.

예산이 줄면서 인권 침해·임금체불 등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폭증했다. 지난 2021년 2921건, 2022년 2727건이던 광주지방노동청 외국인노동자 관련 신고 건수가 2023년 3615건, 2024년 4217건으로 급증했다.

장현규 전남이주민통합지원센터(목포이주외국인상담센터) 사무국장은 “예산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통보를 받은 후 기존에 계획했던 사업 다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담원 인건비를 사업비에서 돌려 쓰다보니 현장 출장 상담, 병원 동행 통역, 출입국 관련 절차 지원 등은 대부분 전화 상담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예산 삭감 이전 소지역센터였던 광주시 광산구의 ‘사단법인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도 모든 직원이 나가고 2023년까지 했던 사업들을 거의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7월 한달 내 들어왔던 후원금은 총 98만8000원인데 무료진료, 통역, 아동보육지원 등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남은 센터 관계자는 “예산 중단 이후 그나마 있던 두 명의 직원도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됐다. 지금은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는데 한 달 90만 원에 그친다. 나라도 버티고 있어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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