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펌프 무용지물·예비펌프 뒤늦게 가동…함평 침수 피해 키워
2025년 08월 04일(월) 19:40
함평읍·5일시장 상가 물에 잠겨
각종 집기류 둥둥 ‘쓰레기장 방불’
주민들 “군 안이한 대처” 잇단 지적

지난 3일 밤 사이 내린 폭우로 함평군 함평읍 5일 시장과 읍내 상점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4일 오전 시장 주변 골목 곳곳에 물에 쓸려온 플라스틱 통, 아이스박스, 야채 박스, 전자기기 등 각종 집기류와 생활 폐기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함평에서는 전날 257.5㎜의 폭우가 내리면서 함평천 인근 함평읍과 함평 5일 시장 상가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함평지역 6개의 배수펌프장이 모두 작동을 했지만, 극한 폭우에 ‘빗물 배수 펌프’가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지난달 비 피해를 입고도 부족한 배수 펌프를 보완하지 않고, 예비 펌프도 뒤늦게 가동하는 등 안이한 조치로 피해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함평에는 전날 내린 비로 주택 50가구와 상가 46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함평군은 “지난 3일 오후 4시부터 빗물배수펌프장을 모두 가동했으나, 하천 유량이 배수 펌프의 허용 용량을 넘어서면서 배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4일 밝혔다.

함평에는 총 6곳의 배수펌프장이 있는데 이번 집중 호우 때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5일시장펌프장(처리 능력 분당 174.2㎥)과 나산펌프장(분당 150㎥), 신촌펌프장(분당 45.6㎥), 원고막펌프장(분당 7.5㎥), 쌍교펌프장(분당 7㎥), 우시장펌프장(분당 4.5㎥) 중 배수 능력이 높은 5일시장·나산펌프장은 2021년 설치된 신형 펌프장이지만, 신촌(2011년 설치), 쌍교(1999년), 우시장(1992년), 원고막(1985년) 펌프장은 설치한 지 수십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5일시장 인근 영수교의 경우 밤 10시께 기준으로 분당 1만 9417㎥의 물이 흘러 펌프로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배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함평군 원고막교 일대는 밤 11시 30분 기준 유량은 분당 4만 1368㎥까지 올라가 홍수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함평군 측은 5일시장 펌프장의 펌프 3대 중 예비 펌프를 제외한 2대의 펌프만 작동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밤 10시 30분께 펌프장이 1m 높이의 물에 잠기고 나서야 펌프장을 관리하는 민간위탁업체 직원이 펌프실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예비 펌프를 마저 가동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함평군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도 하룻밤에 324.7㎜의 비가 내려 함평읍, 손불면 등이 침수됐는데, 그에 맞춰 배수 펌프를 추가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미리 5일시장 펌프를 예비 펌프까지 3대 모두 가동했다면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함평군 관계자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비가 내려 펌프의 허용 용량을 넘어선데다, 인근에서 우수관 공사 등을 하고 있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5일시장 쪽으로 몰렸다”며 “앞으로 폭우가 이어질 예정이라는 데 맞춰 펌프장에 비상용 펌프를 추가 설치하는 등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록 전남지사는 4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함평 현장을 찾아 피해 현황을 살피고 신속한 조치를 지시했다. 김 지사는 현장점검 뒤 “피해 분야와 지역에 따라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지원 내용과 대책을 도민에 적극 알리고 국비 지원 외 전남도 자체 지원 방안을 확인해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함평=한수영 기자 hs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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