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떠나는 광주 … 대표 기업들도 떠나나
2025년 07월 30일(수) 19:25
인건비·관세 등 부담…기업들 해외 현지 생산으로 방향 전환 모색
‘지방 공장’ 설 자리 축소…청년 인재 주거 등 정착 지원 확대 시급

지역 기업들의 해외 이전설 등 ‘탈 광주’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 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광주 글로벌 모터스 캐스퍼 생산 라인.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 대표 제조업체들이 ‘탈광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우수한 청년 인재 유출과 인건비·관세 부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강성 노조 지역이라는 광주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대표 기업들이 탈광주 방침을 철회하고 광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시민사회단체, 경제계 등의 공동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30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역 대표들이 유럽 현지 공장 확장 등을 검토하는 것은 현지 생산을 할 경우 산업 인프라가 풍부해지고, 저렴한 인건비, 세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면서, 유럽 등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을 피하고 운송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선택’이라는 말도 나온다.

광주공장 함평 이전과는 별개로 유럽 공장 신축을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사례만 보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유럽 이전의 매력은 넘쳐난다.

1조원 규모의 유럽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는 폴란드와 세르비아, 포르투갈 등을 후보 국가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산업 인프라·세제 혜택, EU 통관 용이 등이, 세르비아는 저렴한 인건비·법인세, 포르투갈은 대서양 접근성 등 지정학 이점 등이 장점으로 지목됐다. 이들 국가는 노동자 1명당 인건비가 광주공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 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또한 유럽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됨에 따라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물류 운송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현실이다.

여기에 광주 자체의 산업 경쟁력 약화도 공장 이탈 움직임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광주 인구는 140만명대 밑으로 추락할 정도로 청년층 인구 유출이 지속돼 인적 인프라가 취약해졌고 기술·부품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종 규제나 노사 문제 역시 빠르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기업 입장에선 광주가 ‘매력적인 생산기지’가 아니라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광주형 상생 일자리로 출발한 GGM의 경우도 노사 갈등이 극대화하면서, 국내외의 주문 물량 쇄도에도 현대차로부터 증산 물량을 받지 못해 오후 4시 퇴근이 일상이 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가 제조업 기반을 지키고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년 인재 유입·정착을 위한 지원책 확대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킬러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지역 경제계에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전환점’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있다. 타 지역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인공지능과 미래차 산업 등 광주가 가진 잠재력, 그리고 이미 시작된 혁신 산업의 불씨를 끈질기게 보호하고, 국가-지자체-기업-시민사회 모두가 고용과 투자 유지의 ‘사회적 타협’에 나선다면, 광주는 다시 한 번 ‘기업과 사람이 모이는’ 활기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찬 광주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금호타이어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 장기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역할 축소 우려, GGM 캐스퍼의 해외 생산 가능성 언급 등은 개별 기업의 위기를 넘어 광주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 신호”라며 “기업들이 광주라는 지역을 망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비용 구조와 자동차 산업에 편중된 높은 리스크,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광주는 인공지능(AI)과 미래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으로의 신속한 다각화를 통한 제조업 전반의 혁신과 함께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킬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AI와 미래차 기술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제조업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만이 광주 기업이 성공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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