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은 도전…세상을 바꾸는 ‘핫피플’들의 이야기
2025년 07월 18일(금) 00:20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이야기를 담다, 김원경 외 지음
역사 이래로 사람을 정의하는 말은 많다. ‘만물의 영장’, ‘생각하는 갈대’ 등 다양한 언어로 표현돼왔다.

많은 정의 가운데 가장 많이 공감할 만한 게 있다. 바로 ‘사람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건과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뜻으로도 해석된다. 사람은 그가 읽은 책의 총합이라는 말도 있다.

각각의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서사 재료들이 모여 직조된다. 책을 사람으로 치환하면, 이야기는 인생 스토리이며,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재료가 된다. 한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전제로 한다.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고. 그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히 여기고 존재 자체로서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시인 나태주, 철학자 김형석, 가수 남진, 팝페라 테너 임형주, 바리톤 김동규, 탁구 감독 현정화, 가수 윤하, 셰프 여경래 등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룬 이들이다. 많은 역경을 딛고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를 써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의미있는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최근 발간된 ‘이야기를 담다’는 각 분야 ‘핫피플’들의 인생 서사를 정리한 책이다.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다. 매일경제TV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이었던 김원경 PD를 비롯해 김수진 작가, 이담 아나운서가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이들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각계 인사들을 ‘한 권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 인터뷰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 남기기 위해 책을 펴냈다.

‘풀꽃’의 시인 나태주는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하던 해 몸에 이상이 왔다. 갑자기 쓸개가 터지는 바람에 몹시 아픈 경험을 했다. 그는 아팠던 것은 ‘악운’이지만 나은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만큼의 행복’이라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유다.

저자들은 그의 시 가운데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라는 시를 인용한다. 그러면서 “삶의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는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전한다. ‘이만큼이라도, 아직도 이렇게’의 마음을 견지한다면 일상의 순간은 소중한 시간으로 인식될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정년 이후 40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더 큰 세상을 만났다. 65세 이후부터가 진짜 인생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매일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일기를 쓰며 여느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하게 생활한다. “관에 가져갈 수 있는 건 없어. 정신적 가치를 나눌 때 가치가 있는 거지”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가치에도 주목하라는 조언으로 들린다.

‘마성의 미성’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열두 살에 데뷔해 줄곧 대중과 호흡해왔다. 지난 2003년 열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카네기홀 사상 첫 세계 남성 성악가 중 최연소 독창회를 가진 바 있다. 현재 종로구에는 200석 규모의 공연장이 있는데, 그가 설 곳이 없는 후배들을 위해 마련한 팝페라 전용홀이다. 특유의 미성 탓에 ‘성전환설’ 등 루머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콤플렉스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콤플렉스에서 ‘콤’을 제거한, ‘플렉스’한 면모는 마법 같은 순간을 노래하는 원천으로 작용했다.

‘국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희문은 독창적인 길을 걸어온 소리꾼이다. 민요는 물론 디스코, 재즈, 헤비메탈 등 장르적 결합을 매개로 새로운 전통을 추구한다. 한편으로 “기본이 잘 다져져야 색다른 공연들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기본기를 강조한다.

이밖에 ‘트로트의 전설, 영원한 오빠’ 남진을 비롯해 ‘중식 경력 50년의 대가’ 여경래 셰프, ‘자유와 멋을 아는 천재’ 김동규 바리톤, ‘아모르 파티’의 가수 김연자, ‘심장을 난타한 백발 아우라’에 빛나는 송승환 감독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사·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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