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회복력은 -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5년 06월 27일(금) 00:00 가가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공동체의 위기는 언제나 욕심의 충돌을 통해 시작되었고 특히 기득권의 욕심은 자제력을 잃어 탐욕으로 돌변해 버렸다. 모두를 힘들게 했고 모두를 주저앉게 했으며 희망까지도 짓밟힐 뻔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 같고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고통의 순간마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단지 버티는 힘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이 회복 원동력은 무엇일까? 계엄, 내란, 경기침체, 기득권의 횡포 등은 우리 희망을 꺾지 못했다. 우리 광주는 1980년 5월 군사독재와 그 계엄군의 총칼에 짓밟혔다. 그러나 폭력에 짓눌리는 가운데 광주 시민들은 서로를 돕고 위로하고 지켜주었다. 군사독재의 불의를 가리기 위해 외적 폭력의 총칼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때리고 죽이면서 눈과 귀와 입을 가려버렸다. 이념과 관념으로 색깔론을 만들어 서로를 갈라치기 하며 ‘빨갱이’라는 내적 폭력의 도구를 만들어 서로를 죽이도록 조장하여 분열을 일으켰다. 이 외적 폭력과 내적 폭력이 꽤 힘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정의와 희생으로 불의와 폭력에 대응했고 분열된 공동체를 자신의 희생과 적극적 대응으로 화해와 일치를 이루도록 싸워나갔다. 도대체 극심한 분열의 상태를 다시금 회복하여 화해와 일치의 상태로 만들어 내는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 원동력은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고 다시 민주화의 세상을 이끌어 냈으며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을 선포했던 내란 세력들에 맞서 우리 사회를 어둠에서 다시 빛으로 바꾸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열망이 모여 집단지성의 열망이 되어 모두가 원하고 바랐던 것을 끝내 성취했다. 곧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었고 모두의 행복, 공동체를 위한 공동선을 향하여 연대하는 의식이 우리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때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사회를 구성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도미노처럼 사회 전체도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그런데 모두가 어려워하면서도 시민 모두의 마음에는 나라의 일이 곧 나의 일이라는 공감을 이루었다. IMF는 위기였지만 ‘금모으기 운동’ 같은 공동체 전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고 또한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연대와 희생의 정신을 다시 깨우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팬데믹,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참담한 상실의 시간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추모의 물결은 단지 슬픔을 나누는 것을 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집단 지성의 각성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우리는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의료진을 응원하며 마스크를 나누었다. 나 하나의 불편이 모두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회복력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는 힘이다. 함께 행복하고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함께 다시’ 일어서기를 선택했다.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1서 12장 12절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이며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그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우리 국민은 이 말씀처럼 각자 삶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로서 서로를 지탱해 왔다.
상처를 입었지만 갈라지지 않고 갈등을 겪었지만 등을 돌리지 않는 우리 안의 내적 힘이야말로 진정한 회복력이다.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는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다. 기후 위기, 고령화, 저출산, 사회 양극화, 외국인 혐오, 남·북의 긴장 등 낯설고 복합적인 위기들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위기를 이겨낸 그 회복력은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고 다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함께 나누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다시 일어나 걸어가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우리는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의료진을 응원하며 마스크를 나누었다. 나 하나의 불편이 모두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회복력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는 힘이다. 함께 행복하고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함께 다시’ 일어서기를 선택했다.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1서 12장 12절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이며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그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우리 국민은 이 말씀처럼 각자 삶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로서 서로를 지탱해 왔다.
상처를 입었지만 갈라지지 않고 갈등을 겪었지만 등을 돌리지 않는 우리 안의 내적 힘이야말로 진정한 회복력이다.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는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다. 기후 위기, 고령화, 저출산, 사회 양극화, 외국인 혐오, 남·북의 긴장 등 낯설고 복합적인 위기들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위기를 이겨낸 그 회복력은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고 다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함께 나누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다시 일어나 걸어가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