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들의 뽀얀 감성
2025년 05월 20일(화) 15:55
목포 출신 김지수 작가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 펴내

김지수 소설가

목포 출신 김지수 작가가 다섯 번째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푸른사상)를 펴냈다.

작가는 지난 3년 여에 걸쳐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모아 이번 책을 발간했다. 한편, 한편 정성껏 갈무리한 소설들은 작가적 역량을 가늠하게 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이번 작품집에 대해 김 작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말할 수 없는 빛과 그림자를 담고 있다”며 “작은 등을 비추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출간 배경을 전했다.

표제작 ‘명자꽃이 피었다’는 밝고 따스한 작품이다. 산당화로도 불리는 이 꽃은 작품에서는 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들의 뽀얀 감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그동안 사람들의 삶의 그늘을 비추는 작품을 쓰다 보니 ‘너무 슬프고 애잔하다’는 독자들이 평이 많았다고 했다. 이번 표제작은 밝은 기운을 주는 소설을 상정하고 창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로서의 이미지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선입견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밝고 긍정적인 작품을 써보고 싶었다”며 “다분히 그런 의도를 갖고 쓴 소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꽃이 피는 봄에 책을 발간하게 돼 시기적으로도 맞아 떨어졌다”며 “밝고 환한 기운, 인간에 대한 따뜻한 긍정성을 독자들이 많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부연했다.

소설 속 주인공 명주는 한때는 교사였지만 학부모, 학생들과의 충돌로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또한 회사 동료와 바람을 피운 남편과는 이혼을 한 상태다. 우울하게 지내던 중 시골의 명자 고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고모는 요양원에는 한사코 가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린다. 자식이 없는 명자 고모는 명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린 시절 인기가 많았던 명주가 시골에 내려오자, 동네 노총각들의 가슴에는 바람이 든다. 국민학교 1학년 때 전학을 온 명주는 “동화 속 공주”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는 각인돼 있다. 명주의 낙향으로 시골마을은 들썩들썩하고 봄바람이 들면서 모처럼 사람 사는 활기가 돈다.

표제작 외에도 ‘맨발 걷기’, ‘저기 한 점 꽃잎이’, ‘목포역에 내리다’ 등 작품들도 치밀한 구성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 으로 직조돼 있다. 무엇보다 소설 기저에 드리워진 인간에 대한 깊으면서도 따스한 시선이 돋보인다. 모범답안처럼 덜하거나 덜하지 덜하지 않는, 단아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작품들이 주는 미덕이다.

김 작가는 “앞으로도 개인들의 삶에 드리워 소소한 아픔을 형상화하고 싶다”며 “그럼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긍정하고 아우르는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재 문학평론가(숭실대 교수)는 “김지수의 ‘명자꽃이 피었다’는 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집이다. 그것은 예술성의 완성을 통해 경계에 도달한 모습인 동시에 삶의 구경을 탐구하는 문학 너머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한편 김 작가는 ‘한국문학’ 신인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소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크로마하프를 켜는 여자’, ’고독한 동반’, ‘푸른 그네’, 장편소설 ‘목포 아리랑’, ‘나는 흐르고 싶다’ 등을 펴냈으며 광주에서 ‘시누대’ 동인 활동을 펼쳤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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