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 보며 멍드는 가슴…어버이날이 더 슬프다
2025년 05월 07일(수) 20:30
나주 한 병원서 치매환자·가족 만나보니
자녀들 면회 가도 의사소통 어려워
그리움 삼키며 마음만 타들어가
광주·전남 노인 10명 중 1명 치매
돌봄인력 부족에 간병비 부담까지
환자도 가족도 ‘먹먹한 어버이날’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나주의 한 병원에 입원해있는 치매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있다.

1년에 한 번, 부모와 함께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나누는 어버이날이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1년 중 가장 가슴 아픈 날’이다.

가족들은 “치매를 앓고 병원에 있는 기간이 정을 끊는 시기”라는 말에 속을 끓이면서도 돌봄에 지쳐 힘들어하고 있다. ‘마음을 앗아가는 병’을 앓는 부모를 지켜보는 자녀들 마음도 타들어간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나주 한 병원에서 만난 치매 환자들은 “어버이날은 쓸쓸한 날”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치매 환자의 경우 가족이 면회를 와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연휴 동안 자녀들을 만난 치매 환자들은 이들이 “밥먹었어?” “엄마 나 알아보겠어?” 등 질문에도 제대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기억을 어렴풋한 어버이날의 기억을 더듬어 떠올렸다.

병상에서 허공을 바라보던 구모(여·88)씨는 어버이날에 대해 묻자 “아들 딸 한 명씩. 둘다 안 본 지 좀 됐다”며 “예전에는 완도에서 양식장을 크게 했는데 지금은 애들이 이어서 하고 있다. 바쁘니까 오라고 안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병실에 있던 박모(여·83)씨 역시 “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는데 병원에 있으니까 잘 못 본다”며 “몸이 아프니 먹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고 힘들다. 요즘 (가족들이랑) 같이 지내던 옛날 생각 난다”고 눈물을 떨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 마음의 짐은 무겁다.

서구 금호동에서 거주하는 박미영(58)씨는 5개월 째 치매를 앓고 있는 84세 어머니를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모시고 있다. 1년 전만해도 KTX를 타고 서울과 광주를 왔다갔다 할 만큼 정정했던 박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허리를 다친 이후 거동이 어려워졌고, 동시에 치매 증상까지 생기면서 가족의 일상도 달라졌다.

박씨는 “예전엔 어버이날엔 용돈도 드리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으러 갔는데 올해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며 “딸로서 가장 힘든 건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다른 병은 시간이 지나면 낫기도 하는데 이건 끝이 없다. 옆에서 계속 보다보니 감정기복도 심해졌다. 어머니 상태가 좋아졌을 땐 나도 할수 있다고 버티다가도 순간 너무 지쳐 막막해질 때가 온다”고 고개를 떨궜다.

농성동에 거주하는 나형석(43)씨는 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요양보호사처럼 살뜰히 챙기는 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씨는 “어머니는 젊으셨을 땐 자식들 키우느라, 지금은 아버지를 돌보시느라 신경을 쓰신다”며 “해마다 나이 드시는 게 보이는 데 아버지를 챙기시다가 아프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마음이 늘 편치않다”고 말했다.

나씨의 어머니 조선순(여·67)씨는 “남편 머리 감는 것도, 양치질도 내가 옆에서 챙겨줘야 할 정도인데 그렇게 건강했던 남편 생각을 하니 별거 아닌데 눈물이 나더라”고 밝혔다.

광주·전남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한 지역으로 꼽히는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광주의 60세 이상 추정 치매 인구는 2만 2869명에 달하고 이들의 추정 치매 유병률은 6.64%인 것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의 경우 추정 치매 인구수는 2만 1791명, 추정 치매 유병률은 9.08%다.

전남의 경우 60세 이상 추정 치매 인구는 5만 855명이며 치매 유병률은 7.89%다. 65세 이상은 추정 치매 인구는 4만 9055명으로 치매 유병률은 10.26%다.

그럼에도 치매 돌봄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등 ‘치매 인프라’는 좀처럼 확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남에 있는 총 22개 치매안심센터 중 19곳(86.4%), 광주 5곳 중 3곳(60%)은 필수인력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치매환자들에게 들어가는 1인당 간병 비용도 재가복지 연간 1733만원으로 시설·병원 3138만원 등에 달해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어버이날은 항상 슬프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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