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겨낸 오월정신, 세계 민주주의 모범이 되다
2025년 04월 30일(수) 20:10
[5·18 45주년 광주에서 세계로]
한강 ‘소년이 온다’ 세계인에 울림
탄핵정국 속 ‘광주의 진실’ 재조명
6·3 대선 이후 최우선 논의 나서야
<1> 5·18 헌법전문수록 속도내야
다시 오월이 돌아왔지만, 시대는 45년 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 계엄 정국 하에서 피로 물든 밤을 지샜던 광주 시민들은 45년만에 ‘12·3 비상 계엄’으로 부활한 계엄의 밤을 또다시 목도해야 했다.

비상 계엄으로 5·18 악몽을 떠올린 전국의 민주 시민들은 5·18민주광장부터 광화문, 여의도까지 모여들어 ‘민주주의’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불법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정권은 탄핵을 맞았다. 위기의 순간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준 가운데에는 바로 광주 5·18 정신이 있었다.

12·3 비상 계엄 사태와 더불어 5·18을 모티브 삼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5·18 정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5·18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야말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전문(憲法前文)은 헌법 본문 앞에 쓰여 있는 헌법의 ‘서문’(序文)이다. 헌법의 이념적 기초인 동시에 헌법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최상위 규범을 함축하고 있으며, 국가의 창설이나 국가의 변화와 발전에 영향을 미친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언급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중략)”라고 쓰여 있다. 이 중 4·19혁명의 경우 헌법에 수록되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역사이자 부정할 수 없는 헌법적 권위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40여년 동안 5·18 정신이 헌법전문에 수록돼야 비로소 5·18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담론이 이어졌지만, 정작 실현되지는 못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대권 주자들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해 왔으나, 아직도 실현되고 있지 않다.

지난 24일 광주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를 만난 뒤 5·18 광주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언급하며 빠르면 내년 6월 개헌을 예고했다.

당시 이 후보는 “한강 작가의 표현처럼 죽은 사람이 산 자를 살릴 수 있는가, 결론은 과거가 현재를 살렸다. 그래서 광주는 위대한 도시다”라며 “오월 정신은 반드시 헌법 전문에 게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5·18 관계자들은 올해야말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이 공언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고 본격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여·야 합의가 어렵다면 원포인트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국가유공자들의 권리와 명예 회복과 헌정사의 초석을 다지는 ‘헌법정신 전문 수록’이 올해야말로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며 “양극화된 국민 통합을 모색하며 국가가 민주주의를 이끄는 향도자 역할을 자임하기 위해서는 전문 수록이 필수다”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민병로 전남대 5·18연구소장도 “이른바 ‘87년 헌법 체제’는 지난 12·3 계엄 사태로 인해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다음 정권의 역사적 책무는 헌법 개정을 통해 민주시민이 바로 서는 ‘7공화국’을 열어주는 것이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헌법정신 전문 수록’에 대한 합의에 가까워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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