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한 대목으로 울분 씻어내니 “온 세상이 환해지드라”
2025년 04월 06일(일) 19:45 가가
광주전남작가회의 100여 회원
윤 파면 후 판소리 들으며 환호
작가회의 소감문 담은 책 발간키로
윤 파면 후 판소리 들으며 환호
작가회의 소감문 담은 책 발간키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있던 지난 4일 광주 5·18민주광장. 여수작가회의 지부 회원인 성미영 시인이 파면을 기념하는 소리 한 대목을 시원하게 뽑았다.
이날 성 시인이 선사한 판소리 한 대목은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장면’으로, 헌재의 파면 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청이를 보옵소서~”
“청이라니, 이게 웬 말이냐.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어디 어디, 어디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갑갑하여라~”
광주전남작가회(회장 김미승)의 회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5·18민주광장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릴레이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마침내 파면 선고가 있던 4일, 작가은 광장에 모여 성미영 시인이 토해내는 심청가 한 대목을 들으며 그동안의 울분과 분노를 씻어냈다.
그동안 릴레이 천막농성은 목포작가회의, 순천작가회의, 여수작가회의 등 지역 작가회의 회원들도 참여했다. 한목소리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한 것은 문학은 결코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는 비장한 결의로 읽혔다.
심 봉사가 눈 뜨기 직전, 민주광장에서 힘찬 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이렇듯 문인들은 격동의 역사 현장에서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파면 촉구 릴레이 천막농성에는 100여 명 가까운 회원들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작업실에서 나와 잠시 창작을 멈추고 시민들과 한목소리로 파면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인 것은 이번에도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작가회의는 이번 릴레이 천막농성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참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감문을 받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조만간 작가회의 차원에서 책을 발간하기로 한 것.
성미영 시인의 판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웠던 김현주 작가는 “심봉사가 죽을힘을 다해 눈을 꿈적꿈적꿈적꿈적하더니만, 눈을 딱 떴다! 그 덕분에, 온 나라 맹인들도 개평으로 눈을 떴다”며 “자다 깨다 뜨고, 울고 웃다 뜨고, 먹다 뜨고, 싸다 뜨고, 일시에 모두 떴다. 심봉사 눈을 막 뜨니 온 세상이 희뿌옇등마는, 눈 비비고 보니 온 세상이 점점 환해지드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순천작가회의 정성권 작가는 처칠의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라는 명언을 인용해 소감을 피력했다.
정 작가는 “대선 때 국민을 상대로 법과 원칙, 공정의 상징인 것처럼 속여 대통령에 당선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터졌다”며 “한시라도 빨리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만이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수작가회의 이정훈 작가는 “지난 12월 3일 이후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작가들이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편두통,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무력감 따위가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전 국민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헤아릴 수 없는 시간적·물질적 손실 등이 대한민국을 황폐화하고 있다”며 “봄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4월의 정오, 광주 5·18민주광장 차도 옆에서 ‘내란세력 청산 하자’란 대형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작가들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기 그지없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회장 이진)도 조만간 광주 5월이 문학적 대응의 보루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소설가 책임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동안 시위, 천막농성 등을 통해 문인들도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진 회장은 “개인적, 연합적 방식으로 이어온 투쟁의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라며 “소설이 작가 개인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더욱 우리 스스로를 키우고 사회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며 “5월 광주정신의 힘이 이토록 크다는 걸 새삼 느꼈고 그 5월이 있었기에 다시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날 성 시인이 선사한 판소리 한 대목은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장면’으로, 헌재의 파면 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청이라니, 이게 웬 말이냐.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어디 어디, 어디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갑갑하여라~”
광주전남작가회(회장 김미승)의 회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5·18민주광장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릴레이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마침내 파면 선고가 있던 4일, 작가은 광장에 모여 성미영 시인이 토해내는 심청가 한 대목을 들으며 그동안의 울분과 분노를 씻어냈다.
이렇듯 문인들은 격동의 역사 현장에서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파면 촉구 릴레이 천막농성에는 100여 명 가까운 회원들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작업실에서 나와 잠시 창작을 멈추고 시민들과 한목소리로 파면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인 것은 이번에도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작가회의는 이번 릴레이 천막농성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참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감문을 받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조만간 작가회의 차원에서 책을 발간하기로 한 것.
성미영 시인의 판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웠던 김현주 작가는 “심봉사가 죽을힘을 다해 눈을 꿈적꿈적꿈적꿈적하더니만, 눈을 딱 떴다! 그 덕분에, 온 나라 맹인들도 개평으로 눈을 떴다”며 “자다 깨다 뜨고, 울고 웃다 뜨고, 먹다 뜨고, 싸다 뜨고, 일시에 모두 떴다. 심봉사 눈을 막 뜨니 온 세상이 희뿌옇등마는, 눈 비비고 보니 온 세상이 점점 환해지드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순천작가회의 정성권 작가는 처칠의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라는 명언을 인용해 소감을 피력했다.
정 작가는 “대선 때 국민을 상대로 법과 원칙, 공정의 상징인 것처럼 속여 대통령에 당선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터졌다”며 “한시라도 빨리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만이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수작가회의 이정훈 작가는 “지난 12월 3일 이후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작가들이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편두통,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무력감 따위가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전 국민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헤아릴 수 없는 시간적·물질적 손실 등이 대한민국을 황폐화하고 있다”며 “봄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4월의 정오, 광주 5·18민주광장 차도 옆에서 ‘내란세력 청산 하자’란 대형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작가들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기 그지없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회장 이진)도 조만간 광주 5월이 문학적 대응의 보루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소설가 책임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동안 시위, 천막농성 등을 통해 문인들도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진 회장은 “개인적, 연합적 방식으로 이어온 투쟁의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라며 “소설이 작가 개인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더욱 우리 스스로를 키우고 사회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며 “5월 광주정신의 힘이 이토록 크다는 걸 새삼 느꼈고 그 5월이 있었기에 다시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