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로 전락한 산불 진화대원
2025년 03월 27일(목) 00:00
의성·산청 등 영남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형 산불을 계기로 민간인 신분의 산불 진화대원의 역할과 실태가 조명받고 있다. 지난 1월 장성에서 진화대 체력시험을 보던 70대가 사망한데 이어 이번 영남 산불에서는 60대 진화대원 3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면서 진화대원의 고령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03년 도입한 산불진화대는 지방자치단체가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봄·가을 6~7개월 동안 운영한다. 대원들에겐 하루 8시간 근무에 1만원 가량의 최저시급이 지급된다. 도입 초기에는 자격을 55세로 제한했지만 젊은이들이 없는 농어촌의 현실을 반영해 2013년 폐지했다.

전국 8200여명의 진화대원 평균 나이는 61세이지만 고령화가 심한 전남은 1180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63%를 차지한다. 30세 이하는 19명에 불과하고 보성·장흥 등 20대 대원이 아예 없는 시군도 13곳에 달한다.

대원들은 평소 산불 감시 역할을 하다 불이 나면 현장에 투입돼 잔불 정리 등을 맡는다. 방화복 외에 15㎏의 등짐펌프와 갈퀴를 가지고 산에 오르는 것은 젊은이도 힘든데 70대에 가까운 대원들에겐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본사 기자가 장비를 착용하고 87세인 진화대원과 함께 최근 산불이 났던 장성 한 야산에서 현장 체험을 했는데 30대인 그에게도 힘든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진화대원의 고령화는 젊은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지만 노인일자리 개념으로 접근하는 탓도 크다. 나이 제한이 사라지면서 취약계층에 우선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근로나 노인일자리 관점에서 다뤄서는 안된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산불 예방 및 진화를 위해서는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도록 방재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임도나 능선에 불에 강한 나무를 심는 것도 고령화 된 진화대의 역할을 대체할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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