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g 진화장비 메고 출동…30m 오르는데 20분 ‘헉헉’
2025년 03월 25일(화) 20:50
진화복·갈퀴·등짐 펌프 등 무장
막힌 길 뚫고 가니 땀으로 흠뻑
60도 경사에 ‘네 발’로 기어가기도
봄·가을 6~7개월 일하는 계약직
일급 8만원, 한달 200만원 수입

광주일보 취재진이 25일 장성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원과 함께 장성군 장성읍 상오리의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 현장을 오르고 있다.

25일 오후 2시께 장성군 장성읍 상오리의 한 야산. 지난 17일 오후 4시 50분 산불이 나 장성산불전문예방진화대(이하 산불진화대)가 진화 작업을 했던 곳이다. 산 입구부터 당시 산불진화대원들의 힘든 진화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광주일보가 장성산불진화대원 유재선(87)씨와 산불진화대원들이 산불 진화에 나설 때 착용한 장비를 착용하고 산불 현장을 찾았다. 진화대원이 빠르게 움직였던 길을 따라가보니 순식간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날 장성군의 낮 최고기온은 26도를 넘었다. 15kg에 달하는 등짐 펌프를 메고 삼발괭이(갈퀴)를 쥐고 산자락을 오르기도 쉽지 않았다.

산불진화대는 진화에 나서기 전 기본적으로 진화복과 안전모, 안전화, 장갑, 방염마스크, 등짐(고압 및 충전식 등) 펌프, 휴대장비세트(배낭·수통·야전삽·보안경·손전등·낫·갈퀴) 등을 갖춰야 한다. 이날은 안전모·방염마스크 등을 미처 착용하지 않았는데도 산을 오르기가 불편했다.

산책로나 등산로가 아닌 길을 헤쳐가거나 가파른 경사로를 빠르게 올라가야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당시 유씨가 출동했던 코스를 따라 걸으니 60도가 넘을 듯한, 절벽에 가까운 경사로에 팔까지 써서 ‘네 발’로 기어 올라가다시피 해야 했다. 산불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기에 정비되지 않은 등산로를 타야 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 유씨 설명이다.

단단한 땅처럼 보이는 곳도 군데군데 낙엽이 쌓여 있어 발이 푹 꺼졌다. 조금만 미끄러져도 산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 등산하는 내내 연거푸 경사로에서 미끄러지기 일쑤라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했다.

불과 30여m 높이의 산길을 오르기까지 소요된 시간만 20분, 마침내 화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화재 현장은 불씨가 이리저리 번진 탓인지 크게 3곳 정도 넓게 그을린 흔적이 보였다.

산불진화대는 산림청 특수진화대원이나 헬기 등으로 초동 진화가 완료된 산에 투입돼 잔불을 끄는 것이 임무다. 우선 갈퀴로 불씨가 남아있을 만한 흙, 나뭇가지를 긁어낸 뒤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면 된다. 업무 자체는 간단해 보이지만 방화복 안쪽으로 땀이 고여 흐르고 숨이 차올라 흙을 긁어내는데도 잔뜩 힘을 줘야 했다.

한 장소의 진화 작업을 마치고 다른 화재 장소로 이동하는데도, 풀과 나무로 막혀 있는 길을 뚫고 가야만 했다. 유씨는 “화재로 연기가 자욱한 산에서 풀더미를 헤치고 산을 오르다 보면 방향감각을 잃을 때도 있다”고 했다.

유씨 등 산불진화대원이 받는 하루 급여는 최저임금인 8만원. 한 달 200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불진화대는 1년에 봄·가을 6~7개월가량(봄철 135일, 가을철 45일) 일하는 계약직으로 각 지자체가 고용한다.

유씨는 “군복무 시절 수색대원으로 복무를 했고 젊은 시절 복싱까지 했기에 그나마 체력이 뒷받침되지만 진화 활동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잔불은 언제 큰 불씨로 옮겨붙을지 몰라 서둘러 진화해야 하지만 마을에서 함께 활동하는 대원은 3명 뿐인데다 대부분 고령자라 힘들다. 임금을 현실화하고 젊은 지원자들에게도 홍보를 해 양질의 소방대원을 꾸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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