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탄핵 기각 헌재,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 지역민 탄식
2025년 03월 24일(월) 20:15
오월단체·법조계 등 “정치적 판단…윤 대통령 선고 영향” 우려
광주·전남 “3개월간의 탄핵 촉구 집회 아무 소용 없다” 허탈감

<광주일보 자료사진>

헌법재판소(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자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에서 “헌법재판소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선고가 향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까지 영향을 미칠 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24일 “헌재가 헌법 정신에 기초하고 헌법적인 법 규정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계속 내리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 자체 구성에 대해 방해한 일보다 더 위중한 것이 어디있는가. 법치와 민주 원리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시민들이 아무리 외쳐대도 기득권은 결국 침묵하느냐”고 반문했다.

오월 단체도 이날 “도덕적·정치적 기준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이며, 국민의 상식과 정의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5·18진상규명을 방해했고, 관련 임명을 미루거나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한 총리가 기각된 데 참담한 심경”이라며 “한 총리는 이번 계엄 사태의 ‘2차 가해자’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기각은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는 판결로 국민이 쟁의와 투쟁을 통해 ‘직접’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도 “다시 민주주의가 갈피를 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 ‘일상’을 되찾으리라 기대했던 광주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윤 대통령만큼은 탄핵이 인용돼야 비로소 정의가 실현될 것이며 불안에 떨며 계엄 사태를 지켜봤던 광주 시민들의 아픔도 조금이나마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지부 이종욱 본부장은 “현재 나라가 수개월째 혼란에 빠지고 국익이 침해당하고 있는데, 내각 수장인 총리가 위헌적 상황에 대해 아무 조치 없이 묵인한 것은 사실상 가담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윤 대통령 선고에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명백한 위헌 사유가 넘치고, 시간이 갈수록 더 보강되고 있는만큼 헌재는 정의가 지연되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학계·법조계를 막론하고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의 한 총리에 대한 ‘기각’ 선고에 대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행위와 관련해 위법성과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파면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 큰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대통령의 파면 문제가 가장 위중하고 심각한 상황임에도 선고 순서를 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판단에 정치적 고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긍정적으로 보면 심사숙고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경고 및 차단해야 하는 헌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 지역 A변호사는 “내란 시국이라는 시급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을 담당해야 할 헌법 재판관을 구성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봐야한다”며 “헌재가 ‘탄핵에 이르게 될 정도의 위법성이나 중대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객관성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고려한 것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헌재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뿐 아니라, 지난 3개월 동안 탄핵 촉구 집회 등에 나섰던 것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허탈감도 감지되고 있다.

이태영(68·나주 남평읍)씨는 “한 총리 기각은 윤석열 탄핵과 연관되기 때문에 걱정이 많고 우려가 크다”며 “지난 겨울에 5·18민주광장에서 추위에 떨면서 시위를 수차례 하며 목소리를 냈는데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만 있으니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라고 분노했다.

채시현(여·33·순천)씨는 “이미 많은 국민들에게 한덕수는 윤석열과 동격으로 보인다. 시급했던 계엄 순간 한 총리는 자신의 권력과 보신을 위해 윤 대통령을 뒤따르지 않았는가”라며 분통해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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