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 5·18 전국화·세계화 ‘역행’
2025년 03월 18일(화) 20:40
5·18 관련 예산 줄줄이 삭감

국립5·18민주묘지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시교육청이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앞두고 ‘5·18교육 활성화’ 등 5·18 교육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5·18 정신 계승의 최우선 과제로 ‘전국화’와 ‘세계화’가 떠오르는 시점에 시교육청이 시대에 역행하는 교육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5·18을 앞장서서 왜곡, 폄훼하는 인터넷 매체에 광고비를 집행한 사실도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해 ‘민주시민교육운영’ 예산으로 4억 953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6억 2449만원보다 1억 2918만원(20.69%) 감소한 것이다.

세부 사업 중 ‘5·18교육활성화 사업’ 예산은 지난해 총 2억 2025만원에서 올해 2억 985만원으로 1040만원(4.72%)이 삭감됐다.

5·18기념행사지원비 5000만원(지난해 대비 2000만원 삭감)을 비롯해 5·18문화예술체험위탁용역비 2000만원(4000만원 삭감) 등이 줄었다.

‘5·18교육전국화·세계화프로젝트’ 예산은 지난해 2억 2497만원에서 1억 6058원으로 6439만원(28.62%)이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이 예산은 타 지역 사람들을 광주로 초청해 5·18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은 지난해 5000만원에서 올해 3500만원(1500만원 삭감)으로 줄었으며, 전국 교원들에게 직무 연수를 지원해주는 사업 예산은 5884만원에서 2364만원(3520만원 삭감)으로 쪼그라들었다.

5·18 교육 세계화 프로그램은 지난해 6613만원에서 올해 2493만원(4120만원 삭감)으로 대폭 잘려나가면서 세부 프로그램인 찾아오는 ‘5·18 민주화운동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전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오월 강사단’은 지난해 5000만원을 전액 삭감해 올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공공기관의 세수가 줄어들면서, 그 영향으로 시교육청도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며 “당장 ‘5·18교육 활성화’와 ‘전국화·세계화’ 예산은 줄었지만, 대신 ‘찾아가는 5·18 버스’ 등 체험 프로그램의 예산을 늘리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등은 5월 정신의 확산과 미래 세대 육성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미래 5월 세대에게 5·18을 교육하는 것은 교육 당국의 책무다”며 “그럼에도 광주시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은 5·18정신을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또한 “전체 예산이 같더라도 이번 예산안 편성이 5·18의 미래를 확산시키는 방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며 “교육감의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이 투영된 사업 계획과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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