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지키는 특수산악구조대 조난자 발생하면 어김없이 뜬다
2025년 02월 27일(목) 20:20 가가
지난 1월 첫 TF형태로 신설
고지대·고고도 지역서도 구조
산불 진화·재난취약지 점검도
90㎏ 남성 업고 700m 등반
해맞이객 찾아 폭설 헤집고
분실물 찾으러 다시 산으로
“고맙다는 한 마디에 큰 보람”
고지대·고고도 지역서도 구조
산불 진화·재난취약지 점검도
90㎏ 남성 업고 700m 등반
해맞이객 찾아 폭설 헤집고
분실물 찾으러 다시 산으로
“고맙다는 한 마디에 큰 보람”
무등산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이 늘면서 산악 안전사고도 급증해 ‘무등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특수구조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올해 처음 신설된 특수구조대는 국립공원의 날(3월 3일)을 앞두고 광주일보 취재진을 만나 안전한 무등산을 만들기 위한 각오를 내비쳤다.
무등산 국립공원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간 무등산국립공원에서는 산악사고로 95건의 부상·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5건(사망1·부상4)에서 2022년 10건(사망1·부상9), 2023년 8건(부상), 2024년 7건(부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산악사고의 경우 산세가 험하거나 기상이 악화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구조대원들의 구조작업은 항상 가시밭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2월 오후 8시께 무등산국립공원 상황실에 “산행 중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위치를 잘 모르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50대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는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당시 기온은 영하8도였다.
혼자 산행하던 중 날이 어두워지자 급하게 하산하다 발이 걸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채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로 간신히 구조대에 연락한 것이다.
당시 상황실에서 신고를 받은 김형욱(38) 무등산특수산악구조대원은 위치를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피구조자에게 “카카오톡 위치 보내기로 위치를 알려달라”고 침착하게 유도했고 무등산 중봉 용수봉 절벽 아래서 여성을 가까스로 찾아냈다.
발견 당시 여성의 다리는 골절되고 머리에는 피가 나고 있었으며 영하권 날씨에 저체온증 증상까지 보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됐다면 자칫 생명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앞서 비가 많이 내렸던 2016년 여름, 무등산 용추폭포를 보러 간 남성이 이끼에 미끄러져 뼈가 튀어나오는 개방성 골절 상태로 무등산 상황실에 신고를 했다. 순찰을 돌다 신고를 접수한 김 대원은 중머리재에서 용추계곡으로 향했다.
남성을 헬기로 이송하기 위해선 남성을 업고 중머리재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상황. 김 대원은 90㎏ 거구 남성을 들쳐업고 700m가량을 올라 중머리재에 안전하게 옮겼다.
이처럼 산악사고가 증가세를 보이자 올해 1월 1일 무등산국립공원 특수구조대가 TF 형태로 북한산(2019년), 설악산(2024년)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신설됐다. 특수산악구조대는 고지대, 고고도 지역에서 구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산악구조대와는 다르다.
무등산 특수구조대에는 총 8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현(49) 대원은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며 2018년 1월 1일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신고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대설주의보가 내려 10㎝ 이상 눈이 쌓였던 이날 국립공원이 통제된 상황이었지만 피구조자는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고 샛길로 산 정상까지 올랐다.
최 대원은 피구조자와 연락도 되지 않아 무작정 무등산 전역을 뒤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1시간 넘게 눈발을 헤치고 찾아다닌 결과 탈진·저체온증 증상의 피구조자를 발견했고 신고 3시간만에 무사히 하산시킬 수 있었다.
최 대원은 “구조대원들도 사람인지라 오랜시간 눈길을 다니며 발이 얼 것 같은 통증에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조난자를 발견하게 되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힘든 것을 다 잊는다”고 웃어보였다.
신영환(48) 대원은 구조 후 조난자에 대한 초기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져 병원 치료 예후가 좋다는 소식을 접할 때나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구조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마주할 때 구조대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은 구조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등산 탐방로부터 샛길까지 최단거리 루트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들은 무등산에 산불이 나면 소방대원 등이 안전하게 불을 끌 수 있도록 최일선에서 초동진화에 나선다.
암벽, 고지대 등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다보니 훈련도 쉽지 않다. 훈련 중 발뒷꿈치를 암벽에 부딪혀 족저근막염을 겪기도 했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구간 안전점검을 하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나무와 덩굴 등을 헤치고 무등산을 뛰어다니다보면 온 몸에 상처가 나고 옷이 찢어지는 일은 예사다. 추락 구조 이후 고맙다는 말보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휴대전화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하는 이들도 있고, 극단적 선택, 사망사고 현장 등을 종종 목격해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최 대원은 “산행 중 구조 복장을 입고 있는 대원들을 만나면 ‘예전에 조난 사고를 겪었는데 그때 도와주셔서 다시 산에 올 수 있었다. 안전 산행하겠다’며 감사를 표하는 등산객 분들이 많다”며 “안전한 탐방을 위해 언제라도 산을 뛰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올해 처음 신설된 특수구조대는 국립공원의 날(3월 3일)을 앞두고 광주일보 취재진을 만나 안전한 무등산을 만들기 위한 각오를 내비쳤다.
특히 산악사고의 경우 산세가 험하거나 기상이 악화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구조대원들의 구조작업은 항상 가시밭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2월 오후 8시께 무등산국립공원 상황실에 “산행 중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위치를 잘 모르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50대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는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당시 기온은 영하8도였다.
발견 당시 여성의 다리는 골절되고 머리에는 피가 나고 있었으며 영하권 날씨에 저체온증 증상까지 보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됐다면 자칫 생명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앞서 비가 많이 내렸던 2016년 여름, 무등산 용추폭포를 보러 간 남성이 이끼에 미끄러져 뼈가 튀어나오는 개방성 골절 상태로 무등산 상황실에 신고를 했다. 순찰을 돌다 신고를 접수한 김 대원은 중머리재에서 용추계곡으로 향했다.
남성을 헬기로 이송하기 위해선 남성을 업고 중머리재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상황. 김 대원은 90㎏ 거구 남성을 들쳐업고 700m가량을 올라 중머리재에 안전하게 옮겼다.
이처럼 산악사고가 증가세를 보이자 올해 1월 1일 무등산국립공원 특수구조대가 TF 형태로 북한산(2019년), 설악산(2024년)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신설됐다. 특수산악구조대는 고지대, 고고도 지역에서 구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산악구조대와는 다르다.
무등산 특수구조대에는 총 8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현(49) 대원은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며 2018년 1월 1일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신고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대설주의보가 내려 10㎝ 이상 눈이 쌓였던 이날 국립공원이 통제된 상황이었지만 피구조자는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고 샛길로 산 정상까지 올랐다.
최 대원은 피구조자와 연락도 되지 않아 무작정 무등산 전역을 뒤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1시간 넘게 눈발을 헤치고 찾아다닌 결과 탈진·저체온증 증상의 피구조자를 발견했고 신고 3시간만에 무사히 하산시킬 수 있었다.
최 대원은 “구조대원들도 사람인지라 오랜시간 눈길을 다니며 발이 얼 것 같은 통증에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조난자를 발견하게 되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힘든 것을 다 잊는다”고 웃어보였다.
신영환(48) 대원은 구조 후 조난자에 대한 초기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져 병원 치료 예후가 좋다는 소식을 접할 때나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구조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마주할 때 구조대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은 구조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등산 탐방로부터 샛길까지 최단거리 루트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들은 무등산에 산불이 나면 소방대원 등이 안전하게 불을 끌 수 있도록 최일선에서 초동진화에 나선다.
암벽, 고지대 등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다보니 훈련도 쉽지 않다. 훈련 중 발뒷꿈치를 암벽에 부딪혀 족저근막염을 겪기도 했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구간 안전점검을 하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나무와 덩굴 등을 헤치고 무등산을 뛰어다니다보면 온 몸에 상처가 나고 옷이 찢어지는 일은 예사다. 추락 구조 이후 고맙다는 말보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휴대전화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하는 이들도 있고, 극단적 선택, 사망사고 현장 등을 종종 목격해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최 대원은 “산행 중 구조 복장을 입고 있는 대원들을 만나면 ‘예전에 조난 사고를 겪었는데 그때 도와주셔서 다시 산에 올 수 있었다. 안전 산행하겠다’며 감사를 표하는 등산객 분들이 많다”며 “안전한 탐방을 위해 언제라도 산을 뛰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