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 아껴 나눔 실천…“어른 돼서도 기부할래요”
2025년 02월 24일(월) 19:45
18년째 기부 전통 이어가는 해남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2006년 배우 문근영 3억 기부로 센터 유지…나눔 소중함 기억
저금통 채우고 바자회 열어 수익금 기부 등 총 1200여만원 전달

해남땅끝지역아동센터는 최근 전남 사랑의열매에 바자회 수익금 125만8000원을 전달했다. <전남 사랑의열매 제공>

해남군 송지면 땅끝지역아동센터는 2006년 건물이 매각될 상황에 놓이며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았다. 이 소식을 들은 배우 문근영은 어머니를 통해 3억 원을 전달했고, 센터는 유지될 수 있었다. 당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노부부는 하루 한 끼를 굶어가며 점심 값을 모아 센터를 후원하기도 했다. 그때 받은 나눔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아이들은 18년 째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최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전남 사랑의열매)에 바자회 수익금 125만 8000원을 기부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사랑의열매에 전달한 기부금은 총 1186만 7690원이다. 배다혜 해남 땅끝지역아동센터장은 매년 1월 바자회를 연 후 2월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안에 있는 전남 사랑의열매를 찾아 수익금을 전달한다.

“바자회에서 파는 물건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성심껏 물건을 사며 준비한 돈을 모두 쓰고 가요. 특히 아이들이 ‘우리도 좋은 일 한다’며 분위기를 즐기고 기부에 적극 동참하는데 그 마음이 참 예쁩니다.”

바자회는 센터 학생들 30여 명과 졸업생, 학부모, 선생님 등 50여 명이 함께 준비한다.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오고 7평 규모의 센터 학습실은 후원 물품으로 가득 찬다. 졸업생들도 아이들을 위한 물품과 용돈을 보내 해가 갈수록 기부액이 늘고 있다.

2007년 기부의 첫 시작은 아이들이 버스비와 간식비를 아껴 센터 저금통을 채우는 것이었다. 용돈이 부족한 아이들은 버스를 타는 대신 학교에서 걸어와 버스 표를 기부했고, 상으로 받은 도서상품권을 넣기도 했다. 이후 1년간 모은 수십 개의 저금통을 기부하는 문화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시대가 변해 버스카드를 이용, 지폐와 동전을 잘 쓰지 않게 되자 2021년부터는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이다보니 쌀이나 치킨 등 후원 물품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할까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기부를 통해 나누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가 누군가를 돕고 있어’라고 말해주면 눈이 초롱초롱해집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사랑의열매 행복주주총회에 초대받았던 배 센터장과 아이들은 행사 이후 전남의 고액기부자 아너들처럼 다른 이들을 꾸준히 돕자고 다짐도 했다.

센터 아동자치회 회장 임유린(18·송지고 3학년)양은 “바자회를 통해 즐겁게 나누는 방법을 찾아 뿌듯했고, 지금 기부하는 것처럼 어른이 돼서도 꾸준히 기부하고 싶다”며 “바자회 할 때 마음이 뜨거웠는데 우리가 모은 돈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많은 분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