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미학, 한선아 지음
2025년 02월 14일(금) 00:00 가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세월호 침몰,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죽음을 목도하는 순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제1 원칙은 올바른 ‘애도의 윤리’를 지키는 것이다. 레비나스 등 여러 학자는 에토스(ethos·윤리)의 정립과 발현을 철학적으로 개진해 왔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미학’을 통해 타자를 애도할 수 있다는 논지가 있다. 오직 ‘윤리’에만 천착하기보다 동시대 예술을 매개로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방식이 애도의 패러다임을 넓히리라는 생각은 흥미롭다.
최근 한선아가 펴낸 ‘애도의 미학’은 주디스 버틀러 등 사상가 9인의 이론과 예술가 14인의 작품을 통해 타자성의 회복을 모색하는 책이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 및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런던 예술대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예술이론 및 철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 이론 등 논문을 발표했다.
“자율성 없는 체계 속을 굴레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다정해지는 것, 알아차리는 것, 그럼으로써 누군가를 살려내는 것이다.”
책은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선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아동학대와 돌봄, 미디어와 프로파간다부터 홀로코스트와 그 재현, 장애와 불능화 등 다양한 이슈를 톺아보면서도 ‘너’의 고통을 인지하고, 이를 위무하는 행위가 공동체의 근간이라 말한다.
나아가 동성애와 인류애, 디아스포라 문제 등 다양한 논제를 예술 작품을 매개로 성찰한다. 가령 비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버틀러와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이론·작품으로, 이민과 이주 문제는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와 조혜진을 통해 사유한다. 매슈 리아오나 리베카 징크스, 이토 바라다 등의 이론·작품활동을 언급하며 예술의 미학이 윤리와 불가분의 존재라는 사실에 방점을 둔다. <미술문화·1만9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책은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선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아동학대와 돌봄, 미디어와 프로파간다부터 홀로코스트와 그 재현, 장애와 불능화 등 다양한 이슈를 톺아보면서도 ‘너’의 고통을 인지하고, 이를 위무하는 행위가 공동체의 근간이라 말한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