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고통 소상공인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날벼락’
2025년 02월 13일(목) 19:40
휠체어 이용 가능·시청각 기능 장착한 장애인 편의 키오스크
1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 설치 의무화…대부분 “시행 몰라”
기존 키오스크보다 가격 3배 비싸…불황 장기화에 부담 가중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Barrier Free Kiosk) 도입이 올해 1월부터 의무화됨에 따라 광주지역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장애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 블록, 이어폰 단자, 스크린 높이 조절 등의 기능이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해 멀쩡한 기존 기기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지역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혀 있는 상황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기존 키오스크를 변경하는데 추가로 돈을 지출하는게 부담이 된 상황에서 위반시 3000만원의 과태료까지 부과될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라 올해 1월 28일부터 50㎡(15평) 이상의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새롭게 문을여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기존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의 경우 2026년 1월 28일까지는 교체해야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와 높이·형태 등은 비슷하지만 화면 하단에 휠체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낮은 자세 주문, 음성인식 주문, 휴대폰 미러링 등의 기능이 내장된 단말기다.

문제는 다수 업주들이 의무 설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보다 5배 가량 비싸다는 점이다.

13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광주지역 소상공인들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갑작스럽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광주시 남구 봉선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신준용(39)씨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정책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대를 구입, 1대를 렌탈해 총 2대를 매장에 설치했다. 신씨는 “취지는 좋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반영되긴 했는지 의문이다”면서 “키오스크는 애초에 고가의 기기라 함부로 들일 수도 없고 프로그램 세팅을 다시 해야 해서 교체 문제도 까다롭다”고 고개를 저었다.

기존 키오스크는 100~2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300~500만원으로 최대 5배까지 비싸다. 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경우 정부에서 인증 받은 제품이 2개 업체에 불과해 선택지도 많지 않다.

기존에 사용하던 키오스크와 프로그램이 달라 매출과 메뉴 관리를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업주들의 애로사항이다.

봉선동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 중인 이윤서(여·40)씨는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어 이번 정책에 더 마음이 쓰인다. 정책의 의도는 좋지만 강제성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애초에 키오스크는 매장에 가야 사용할 수 있는데 1차적으로 이동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당사자들이 가장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부터 시작해 비장애인들도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상무지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윤도하(39)씨는 오는 5월 폐업을 앞두고 있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생업을 이어왔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윤씨는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배리어프리 기기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장애인 생활권의 가게도 아니고, 키오스크 외 계산대 결제 등 다른 방법도 있는데 설치를 강제하는 건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에서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구매시 70%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업주 자부담은 필수적이다. 2024년 이전에 스마트 상점을 통해 지원 받은 경우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키오스크 업체 관계자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키오스크 전문 업체 관계자는 “정책 시행 이후 제품이 더 많이 판매될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업주들은 비싼 돈 주고 구입하느니 키오스크를 없애고 인건비를 들이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악화된 경기에 허덕이는 소상공인 뿐 아니라 관련 사업자들에게도 되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생·소상공인 추경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를 유예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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