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 들고 학교 갈 땐 대통령도 안 부러워요”
2025년 02월 13일(목) 19:05 가가
광주희망평생교육원 최고령 중학 학력 인증 졸업자 박영래씨
81세에 과정 마쳐…“작가 돼 살아온 얘기 전하고파”
시교육청 ‘학력인정 문해교육’ 초·중등 440명 모집
81세에 과정 마쳐…“작가 돼 살아온 얘기 전하고파”
시교육청 ‘학력인정 문해교육’ 초·중등 440명 모집
지난 12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재)광주희망평생교육원에서 ‘초등·중학 학력인정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졸업식’이 열렸다. 60대부터 80대까지 글을 몰랐던 만학도들이 학교 교육을 마친 이 날, 11회 초등 과정 졸업생 27명과 8회 중학 과정 졸업생 19명이 학력 인증서를 받았다. 곱게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은 이들은 서로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렸을 때 하고 싶던 공부를 못해 한이 맺혔는데, 나이 팔십 먹고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3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가르쳐준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한 학우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즐겁게 다닌 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니 시원섭섭합니다.”
박영래(81·사진)씨는 중학 학력 인증 졸업자 중 최고령 학생으로 교육감 표창장을 수상했다.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2녀로 태어난 그는 동생들을 뒷바라지를 하다 국민학교를 중퇴했고 4년 전 TV에서 학교 소개 프로그램을 보다 당장 배우고 싶은 마음에 문을 두드렸다. 글자만 겨우 알던 그는 6개월 가량 초등 교육을 거친 후 중학 과정으로 진학했다. 지난 3년간 월~수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 반까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회화 등 중학교 교과목 수업을 받고 중간·기말고사까지 모두 치렀다.
“그동안 어떻게든 기회가 있으면 공부하려고 했는데, 힘들게 살다보니 나이 먹은지도 몰랐습니다. 책가방 챙겨 등교할 때면 대통령도 안 부러워요.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쏙쏙 이해할 때까지 친절하게 알려준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박 씨는 북구 일곡동에서 동구 금남로까지 왕복 2시간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힘든지도 모를만큼 학교 생활을 즐겼다. 지난해 갔던 강원도 수학여행, 전주 교복 체험, 강진 도자기 체험 등 여행 사진들이 졸업 앨범에 가득 담겼다.
“2번의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5년 동안 투병생활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두번씩은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학교를 다니고부터는 한 번도 안 갔어요. 참 신기하죠. 공부를 하며 치유가 됐고, 삶이 즐거워져 우리 영감님한테 밥도 잘 차려줍니다.”
박 씨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다. 그의 최종 꿈은 작가로 글을 쓰는 일.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설움 등을 담은 자서전으로 학교 성인 백일장에서 수상도 했다.
“공부하는 건 세상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낍니다. 나이가 많지만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이 생겨요. 앞으로 자식들에게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고, 한강 작가처럼 제 글로 이름도 날리고 싶습니다. 건강하다면 대학교 진학도 하고 싶어요.”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2025년 학력인정 문해교육’ 대상자를 모집 중이며 오는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초등은 4개 기관 9개 학급 230명을, 중등 교육은 3개 기관 9개 학급 210명을 모집한다. 초등(1,2,3단계)과정은 주 3회 240시간, 중학(1,2,3단계)과정은 주 3회 450시간 이뤄진다. 교육기회를 놓친 18세 이상 성인을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최종 이수하면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 학력 취득이 가능하다.
/글=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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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재) 광주희망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초등 및 중학과정 졸업 및 학력인정서 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졸업을 축하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2번의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5년 동안 투병생활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두번씩은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학교를 다니고부터는 한 번도 안 갔어요. 참 신기하죠. 공부를 하며 치유가 됐고, 삶이 즐거워져 우리 영감님한테 밥도 잘 차려줍니다.”
박 씨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다. 그의 최종 꿈은 작가로 글을 쓰는 일.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설움 등을 담은 자서전으로 학교 성인 백일장에서 수상도 했다.
“공부하는 건 세상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낍니다. 나이가 많지만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이 생겨요. 앞으로 자식들에게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고, 한강 작가처럼 제 글로 이름도 날리고 싶습니다. 건강하다면 대학교 진학도 하고 싶어요.”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2025년 학력인정 문해교육’ 대상자를 모집 중이며 오는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초등은 4개 기관 9개 학급 230명을, 중등 교육은 3개 기관 9개 학급 210명을 모집한다. 초등(1,2,3단계)과정은 주 3회 240시간, 중학(1,2,3단계)과정은 주 3회 450시간 이뤄진다. 교육기회를 놓친 18세 이상 성인을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최종 이수하면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 학력 취득이 가능하다.
/글=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