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광주시향…다양한 레퍼토리로 스펙트럼 넓힐 것”
2025년 02월 13일(목) 19:00
광주시향 신임 예술감독 이병욱
인천시향 예술감독 6년 역임
2024 한국 브루크너 상 수상
14일 취임연주회 ‘Unison’
5월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이병욱 전 인천시향 예술감독이 지난달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위촉됐다. 지난 10일 광주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이 감독.

“5월이 되면 브루크너 ‘미완성 교향곡 9번’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광주민중항쟁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들로 인해 온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5·18과 작품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죠. 2025년은 광주시향이 시도해보지 않았던 레퍼토리에 도전하는 해로, 내년은 우리만의 비전을 보여주는 시간으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최근 광주시립교향악단 신임 예술감독(겸 상임지휘자)으로 이병욱(50) 전 인천시향 예술감독이 위촉됐다. 임기는 2027년 1월 22일까지 2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전문연주자 과정 및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 지휘자는 귀국 후 인제대 음악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8년부터는 인천시향에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6년간 재직하며 이름을 각인시켰다.

광주시향 제14대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병욱 씨가 14일 전남대 민주마루에서 취임 기념 연주회‘Unison’을 펼친다. <광주시향 제공>
지난 10일 광주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이 신임 지휘자는 “일 년여 전 광주시향과 정기연주회 ‘No.2’에서 합을 맞췄지만 이렇게 지휘봉까지 잡게 되리라 상상하지 못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취임 전 광주시향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묻자 그는 “발전 속도가 빨라 주목하고 있던 단체”라며 “특히 홍석원 전임 지휘자가 펼쳤던 다양한 협연이 대중적 관심에도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특히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펼쳤던 공연은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어 “다만 그런 ‘사람들’을 제외했을 때 광주시향 자체가 어떻게 연상될지도 상상해 봐야 한다”면서 “시향이 대중에게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로 더 큰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해동안 광주시향은 해설을 가미한 ‘오티움 콘서트’ 등으로 클래식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왔는데, 콘서트가 계속될지 물었다.

그는 “1~2년에 한 번은 오티움에 출연해 해설, 지휘를 맡아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며 “인천시향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역에서 만나기 어렵던 지휘자를 객원으로 초대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신임지휘자는 예술감독 취임을 기념하는 연주회 ‘Unison’도 앞두고 있다. 14일(오후 7시 30분) 전남대 민주마루에서 진행하며 차이콥스키, 하차투리안, 스트라빈스키 곡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그가 ‘2024 한국의 브루크너 상’을 수상했지만 취임 레퍼토리에서 브루크너를 제외한 까닭은 음악적 다양성을 위해서. 이번에는 여러 색깔의 곡을 들려주고 오는 5월 ‘프라트레스’, ‘브루크너 9번’ 등을 시향 선율에 오롯이(협연 없이) 담겠다는 생각이다.

이병욱 신임 지휘자 <ⓒOH JOONG SEOK>
“앞으로는 홀스트의 ‘행성’이나 광주시향이 잘 한다고 알려진 쇼스타코비치 ‘레닌그라드 7번’같은 작품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뷔페’처럼 차려두고, 관객들이 골라 즐길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습니다.”

그는 20세기 작곡가 홀스트 등 규모가 큰 현대 작품을 언급했다.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OENM과 TIMF 수석 지휘자로 활동해온 만큼, 앞으로 고전 음악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이 지휘자는 자신이 현대음악에도 특장점이 있음에도 “우선 귀에 거슬리지 않고 편안한 음악을 전하는 데 진력하고 싶다”고 한다. 미니멀리즘(병렬주의)이나 아토날리티(무조성) 등 색채가 강한 현대적 요소와 선법을 일단 밀어 두고 ‘기본’과 ‘조화’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이어 “전임자가 호연을 펼쳐온 만큼 부담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다”며 “그동안 일궈낸 성과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오케스트라와 ‘하나의 유기체’로 융화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먼 훗날 돌이켜볼 때 “이병욱도 괜찮은 지휘자였지 않느냐”라는 말을 들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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