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한 명까지 가족 품으로”
2025년 12월 13일(토) 11:22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마지막 매몰자 수색 박차
세 번째 매몰자 구조됐지만 현장서 사망 판정

13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사고 현장에서 안재균 서부소방 예방안전과장이 현재 잔해물 제거 작업중인 구간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날이 많이 추워 작업 피로도는 높지만, 남은 한명을 꼭 가족 품에 돌려보낸다는 생각으로 더 힘을 내봐야죠.”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 사고 구조 작업 사흘째인 13일, 현장의 긴박함은 한층 고조됐다.

이날 새벽 0시께 수색이 재개된 이후 1시간여 만에 세 번째 매몰자가 발견·구조됐지만, 결국 사망하면서다. 마지막 남은 1명의 매몰자 위치도 어느 정도 특정이 되면서 수색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은 무너진 건물 사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콘크리트 위를 건너 내부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사장 입구에는 간이 화장실과 구조본부도 들어섰다. 비를 맞으며 수색을 이어간 구조대원들은 설치된 임시 거처를 오가며 짧은 휴식과 간식으로 묵은 피로와 허기를 달랬다.

콘크리트 잔해를 옮기는 등 구조를 돕던 작업자들도 마지막 매몰자가 무사귀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작업자 신정엽(62)씨는 “올 봄과 지난달에 걸쳐 이 현장에서 철근 작업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내 일처럼 느껴진다”며 “구조가 끝날 때까지 함께하며 꼭 무사히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성민(60)씨도 “잠시 눈만 붙이고 다시 일을 하러 가고 있다. 추운 날씨에 작업이 길어지면서 동료들의 피로가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매몰된 작업자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늘 안에 꼭 찾아서 가족 품에 데려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재난심리상담사부터 단체 점퍼를 갖춰 입은 의용소방대원들까지, 공사장 내부에서 생수와 라면 등을 나누며 작업자들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도왔다.

박모(62)씨는 “주말을 맞아 소방대 활동에 나섰다. 화정 아이파크 참사 때도 소방대 활동에 참여했다”며 “광주에서 후진적인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도 애써 현장을 찾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구조 작업을 지켜봤다. 매서운 한파 속 구조 진척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애가 타들어 가는 것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박이보(71)씨는 “이번 사고는 화정 아이파크 참사와 꼭 닮아있다. 노동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어 안타깝다”며 “오늘 안에 꼭 구조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마음 깊이 기도하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소방당국은 남은 매몰자 1명을 찾기 위한 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건물의 추가 붕괴 우려로 구조가 오전부터 일시 중단됐다가 이날 새벽 0시를 기점으로 다시 작업이 재개된 데 따른 것이다.

마지막 매몰자는 붕괴된 건물 중앙에 위치한 PC(사전제작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 매몰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우선 PC 구조물을 철거한 뒤, 굴삭기를 이용해 나머지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을 제거하며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

사고 첫 날 미장 작업자 A(47)씨와 B(70)씨가 구조됐으나 숨졌다. 이날 새벽 1시 30분께에는 세 번째 매몰자 C(68)씨가 구조됐지만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은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된 이후에도 소방은 사고 현장이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현장에 대기하며 추가 상황에 대비할 계획이다. 경찰 수사 인력 투입은 마지막 실종자 발견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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