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30년대 학생운동의 본산… 지역 예술가 꿈의 무대 ‘대변신’
2025년 02월 05일(수) 20:45
[리뉴얼한 ‘아트스페이스 흥학관‘ 둘러보니]
구시청 인근 옛터…작년 재개관
200인치 빔프로젝터·음향시설
140여개 좌석 등 편의시설 갖춰
예술가에 무대 제공…공연 유치도

광주 동구 옛 흥학관 터에 ‘아트스페이스 흥학관’이 지난달 재개관했다. 공연 안내판, 관람객 대기 공간이 마련되 있는 로비 전경.

“광주 부호 최명구가 1만여 원을 들여 지은 후 시민사회에 기증했던 ‘흥학관’은 지역 사회문화운동의 본산입니다. 이곳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은 2년 전 시작됐어요. 지역 예술가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터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였죠.”

1921년 문을 연 흥학관(興學館)은 광주청년학원과 광주청년회 사무실로 사용되며 지역 청년 활동 구심점 역할을 했다. 광복 이후에는 초대 광주시의회 의사당으로 쓰이는 등 지역사적 의미도 남다르다.

옛 흥학관(동구 광산동 문화전당로 35번길 16-4)이 작년 12월 ‘아트스페이스 흥학관’으로 재개관<12월 27일자 광주일보 16면>한 뒤,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최근 알토 색소포니스트 짐 스니데로 내한공연을 성료했으며 오는 14일에는 ‘Valentins Jazz concert’ 등이 예정돼 있다.

흥학관 재개관을 기념해 진행했던 ‘재즈 페스티벌’에서 알토 색소포니스트 짐 스니데로가 연주하는 모습. <흥학관 제공>
내부에는 미니멀하지만 세련미 있는, 관람 편의성을 높인 좌석과 고급 음향시설이 갖춰져 있다. 5일 방문한 아트스페이스 흥학관은 소규모 콘서트, 세미나, 영화 감상회를 진행하는 데 손색없는 복합 공간이었다.

200인치 빔프로젝터와 풀 사이즈 그랜드 피아노가 있으며 출연자 대기실, 로비, 음향시설까지 마련됐다. 객석거리 1m에 달하는 140개 관람석(장애인석 2개 포함)은 부채꼴로 배치돼 넓은 시야각을 자랑했다.

흥학관 재개관 프로젝트를 이끈 박수용 교수(왼쪽부터), 소유주 이범식 씨, 주국전 대표, 황태용 이사.
주국전 대표는 “젊은 예술가들이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흥학관 재개관은 수익창출 목적보다 지역 공연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그런 연유에서 공연장 대관료와 부가사용료(전기세 등)를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것.

이는 광주 청년들의 문화예술, 교육 목적으로 건립됐던 흥학관의 본령과도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 당시 방정환, 안재홍, 송진우 등 유명인사들의 초청 강연회가 열렸던 흥학관은 학생·청년계몽운동의 요람이었다. 영세민의 자녀와 문맹들을 모아 무료 교육을 펼쳤던 점도 의미를 더한다.

남구 장애인예술단 감독을 역임한 주 대표는 광주 문성고에서 3년 전 음악교사로 정년퇴임했다. 이후 호신대 황태용, 박수용 교수 등과 의기투합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처음엔 건물 7층을 염두에 두었지만 클럽으로 운영되다 유휴 공간으로 방치된 지하 1층을 리모델링했다.

입소문을 타자 예술가들의 공연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14일 ‘아트플래닛’을 비롯해 23일 ‘힐링첼리스텐’, 26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종만이 무대에 오른다. 3월 21일에는 일본 재즈피아니스트 Yuki Futami도 낭만을 선사한다.

1920~1930년대 광주 청년 활동의 중심지였던 흥학관 모습. <광주일보 자료>
아티스트들이 대기하며 공연을 준비하는 출연자 대기실. 내부에는 탈의실, 캐비닛을 비롯해 휴식 공간, 연습용 피아노 등이 배치돼 있다.
건물 소유주 이범식 씨는 “전체 600여 평에 달하는 흥학관 옛터 소유권이 개인에게 분할되고 이후 20여년 전 건물을 인수했다”며 “처음에는 상가 임대업을 고려했지만 지역 예술활동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트스페이스’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간 리모델링이 끝나고 110평에 달하는 지하 1층은 생기가 가득한 공연장으로 바뀌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둘러본 공연장 내부는 흡음 재질로 만들어진 벽면과 레일식 조명, 신규 음향설비가 배치돼 소·중규모 공연을 진행하는 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무대 플로어는 흡음 효과를 위해 트럭 두 대 분량의 모래를 채웠다. 드럼이나 스피커 진동이 바닥에 전달되면 플로어가 ‘우퍼’처럼 공명하는데, 이를 방지하고 최적의 음향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공연했던 재즈색소포니스트 짐 스니데로는 “악기의 울림과 공명 측면에 있어 컨디션이 우수하다”는 후기를 남겼다는 후문이다.

총 140석 규모에 달하는 내부 관람공간. 객석 간 거리가 1m에 달해 관람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한편 오는 14일 공연에는 소프라노 색소포니스트 주국전과 색소포니스트 박수용(호신대 음악학과)을 필두로 강윤숙(재즈피아노), 황태룡(플룻 등), 윤영훈(드럼), 한수정(베이스), 김수곤(기타)이 출연한다.

이와 함께 광주 출신 작가로 황지우 시인의 동생으로도 알려진 황광우 작가의 인문학 콘서트 ‘흥학관의 역사와 의미’도 진행된다. 황 씨는 ‘그 시절, 광주 사람들’, ‘윤상원 일기’ 등을 발간해 왔다.(전석 1만원)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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