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비스 환경 변화와 독서훈풍의 지속- 심명섭 국학자료연구원 상임위원
2025년 02월 04일(화) 22:00
정보화사회 환경 속에서 각종 컴퓨터시스템을 비롯한 인터넷 정보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출판 분야도 기존의 종이자료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자료가 확대 생산되고 있다. 이에 도서관의 운영과 서비스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용자의 요구도 더욱 세분화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도서관에서 제공해왔던 자료열람 공간과 자료 대출 반납서비스 만으로는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열람공간과 대출서비스가 도서관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단순한 서비스라는 인식과 함께 업무비중에서도 한걸음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반면에 전자책, 오디오북, 저널, 시청각자료 등 전자정보자료 비치와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도서관협회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자료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감안하면 시대와 트렌드를 반영한 충실한 장서개발 정책, 정확한 배가를 통한 브라우징 및 검색 편리성을 제공하여 자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온·오프라인 대출 시스템 개선으로 절차의 신속성, 대출데스크에서의 서비스 품질 제고 등을 통해 이용자와 도서관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에 더욱 더 충실해야 한다.

도서관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에서 볼 수 있듯이 도서관은 수집한 자료를 소장 보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처리해서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자료를 자유롭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데 있다. 이처럼 도서관의 서비스가 자료 이용 위주에 중점을 두게 된 주요 요인은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때를 맞춰 전국의 많은 도서관들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행사로 현수막 개시, 작가 작품전시회, 작품 낭독회를 개최하고 이를 독서문화가 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도서연체자에 대한 대사면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즉 도서 연체자에 대한 제재사항을 일괄적으로 면제해 대출이 정지된 이용자들의 발길을 다시 도서관으로 돌리게 하는 ‘연체도서 특별사면령’ 실시다. 훈훈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특히 12·3 계엄사태 이후 헌법학과 정치학 등 우리의 민주주의를 알기 위해 학습에 나선 민주시민들이 관련자료 대출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일선 대출담당자의 이야기다.

연체규정은 대출기한이 지난 후에 반납된 도서에 대하여 대출자에게 대출 중지 및 연체료 부과와 같은 적정한 벌칙을 가하는 제도이며 각 도서관마다 상이하지만 목적은 같다. 대출도서가 정확한 반납 일에 반납되도록 유도함으로써 한 사람의 자료이용 독점을 막고 보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것이다.

물론 대출한 책을 제때 반납하는 것은 도서관 이용자의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지만, 부득이한 사정에 따라 반납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어 대출을 기피하거나 도서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가의 큰 행사가 있을 때 시행하는 사면령처럼 도서관들이 각각의 기준을 만들어 사면령을 시행한다면, 연체규정으로 인해 잠시 도서관에서 멀어졌던 이용자들도 다시금 발길을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분명 이용자들의 문화생활 증진과 지식 추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독서하는 풍토 없이 국가는 결코 세계의 중심 문화권이 될 수 없으며, 독서문화의 성숙 없이 사회 문화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민주시민으로서 주권을 지키기 위한 관련서적 탐독으로 모처럼 일어난 독서훈풍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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