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성공 열쇠 ‘지정기부’-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5년 02월 04일(화) 21:30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에 대한 관심이 새삼 환기되고 있다. 설을 계기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실적이 회자하면서다. 원체 하 수상한 시국인지라 그것이 기관 홍보용으로 배포된 자료라도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고향사랑기부금은 태어나 자란 고향이나 관계가 깊은 지역 또는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하고, 기부자에게는 그만큼 세금 감면이 주어지는 제도로 2023년부터 시행됐다. 열악한 지방의 재정 강화와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 2년 차를 맞아 안착 단계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뒷말이 무성해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발표된 성과만 놓고 보면 안심할 수준이어서 다행이다. 특히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출향민들의 광주·전남에 대한 고향사랑기부금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역시 정이 넘치는 전라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경기 침체 혼란 정국에 빛난 고향 사랑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시·도의 고향사랑기부금은 제도 첫 시행 해인 2023년(650억6000만 원)보다 228억7000만 원(35%) 증가한 879억3000만 원을 모금했다. 모금 건수(52만6000 건)도 47.1% 늘어 77만4000만 건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광주시가 45억3000만 원으로 2023년(15억2000만 원)보다 30억1000만 원 늘었다. 특히 전남도는 전국 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187억5000만 원을 기부받는 성과를 냈다. 경북(103억9000만 원), 전북(93억2000만 원) 등이 전남도의 뒤를 이었다.

전국 상위 10개 기초 지자체 중에선 광주시 동구가 23억9500만 원으로 모금액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도 1위였던 담양군(23억2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영암군(18억700만 원), 무안군(15억5700만 원), 충남 논산시(14억1800만 원), 경북 영덕군(11억800만 원), 전북 정읍시(10억8600만 원), 경북 예천군(10억5300만 원), 곡성군(10억4600만 원) 등이었다. 광주·전남 기초자치단체들이 모금 상위 10개 지자체 중 5개를 휩쓴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지정기부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 지난해 6월 도입된 지정기부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사실이다. 지정기부는 지자체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의 고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입된 것이다. 지정기부는 기부의 투명성 제고는 물론, 기부자의 보람을 극대화하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15년 앞서 고향납세를 시행한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우리나라의 지정기부와 같은 방식을 도입했고, 적지 않은 곳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크라우드펀딩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 예로 지난해 광주시 동구는 ‘발달장애 청소년야구단 지원 프로젝트’와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등 지정기부만으로 9억4123만 원을 모았다. 이는 전체 기부모금액 25억원의 37.6%에 달한다.

또 ‘소아청소년과 유치’ 지정기부사업을 진행한 곡성은 목표액 2억5000만 원의 21.6%를 초과한 3억400만 원을 모금했다. 이 외에도 ‘어르신 돌봄 위한 마을빨래방 프로젝트’와 ‘유기동물 보호센터 운영지원 프로젝트’ 등 지정기부사업으로 모금한 기부금이 5억4000만 원을 기록해 전체 기부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점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의 열쇠는 결국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모금할 것인지 등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에 달려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정기부사업 발굴이 쉽지 않고 지정기부금 사용이 복잡한 데다 내용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는 기부자를 만족하게 할 만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기부 동기를 높이고 만족도 역시 향상시켜야 한다.



세액공제 한도 조정 등 걸림돌 제거를

고향기부제가 ‘2년 차 징크스’를 벗어던진 모양새라고는 하나 향후 경기 침체에도 그 성과가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 세액공제 한도가 변함없고 법인·단체의 참여가 금지된 점 등 제도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여전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정기부제를 확대해 참여자의 효능감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제도 시행 반년 만에 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55개 사업을 발굴했고, 이 중 13개 사업이 모금을 완료했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고향기부제는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이 쉽게 호응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고향사랑 표현 중의 하나다. 특히 지정기부는 많은 이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전략이다. 정부는 이제 지정기부 성공 사례가 속속 나타나는 만큼 보다 많은 지자체가 지정기부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세액공제 한도 조정과 법인·단체 참여 허용 등 걸림돌 제거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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