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몸부림이라도 쳐 봤다는 흔적 남기고 싶어”
2025년 02월 04일(화) 17:00
여수 출신 백시종 작가 장편소설 ‘수평선 너머’ 펴내
1945년∼1950년 한려수도 배경 분단 원인 등 그려

백시종 소설가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창작집 또는 장편소설을 발간해온 여수 출신 백시종 작가. 5권의 창작집(2007년, 2009년, 2010년, 2013년)을 제외하고 백 작가는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편소설을 펴냈다.

백 작가가 최근 새 장편소설 ‘수평선 너머’(문예바다)를 발간해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까지 백 작가는 모두 15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셈이다.

창작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올해 우리나이로 80에 들어섰지만 백 작가의 창작 열망은 젊은 작가 못지않다.

그는 “잠시 내렸다가 사라질 아침 이슬 같은 허망한 존재일 뿐인 내가, 그래도 최선의 몸부림이라도 쳐 봤다는 어설픈 흔적을 남기고 싶은 안간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재능’이라고 유일하게 말할 수 있고 그동안 끊임없이 반복해 왔고 그래도 그 결과가 남아 있는, 그래서 시늉이라도 낼 수 있는 분야, 그것이 바로 ‘소설쓰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수에서 초등학교를 나오고 광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여수와 순천은 ‘너무도 아픈 손가락’이자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전의 인터뷰에서 백 작가는 “언젠가 근대사 박물관에서 봤던 한 장의 사진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누렇게 퇴색한 흑백사진이었는데 어느 경찰서 뒤뜰이었다. 앵글 안에 들어있는 스물여덟 명 모두 누더기를 걸친 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한겨울인데도 여름 옷을 껴입은 탓이었지만 그보다 생포되어 끌려온 터라 자신들의 생존문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 듯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번에 펴낸 작품 ‘수평선 너머’도 해방 공간에서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다. 1945년부터 1950년까지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그는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현주소와 통일이 요원한 납북 분단의 원인을 풀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창작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다소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제목 ‘수평선 너머’는 작가적 희원이 투영돼 있다. 일상에서 보는 수평선, 여행지에서 보는 수평선은 잠잠하고 아름답지만 역동적인 삶의 바다를 건너온 이가 바라보는 수평선은 회한으로 가득할 것 같다.

소설은 구천광이란 인물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독립운동가였다는 이유로 그는 조선인 형사로부터 추적을 당한다. 상하이 임시정부로 간 구천광은 거기서 박헌영을 만남으로써 하나의 방향을 잡는다. 화자인 ‘나’ 홍도섭은 구천광을 등장인물, 사건 등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설의 말미에 주인공이자 화자인 홍도섭이 바다에서 죽음을 맞으며 환상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홍도섭이 수평선 너머로 봤던 것은 무엇일까.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이 작품 전반에 걸쳐 추수한 특장(特長)은 시대사의 전개와 개인의 생애들이 밀접하게 맞물리면서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이 융합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들인 데 있다”며 “거기에 당대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치밀한 탐색이 있었고 개인의 삶을 토대로 한 소설적 상상력의 유장(悠長)한 개진(開陣)이 있었다”고 평했다.

한편 백 작가는 광주일보 전신 옛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김동리문학상,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물’, ‘그 여름의 풍향계’, ‘서랍 속의 반란’, ‘여수의 눈물’, ‘삼봉이 순자 연대기’, ‘쑥떡’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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