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슈베르트 겨울 여행’의 감동
2025년 02월 03일(월) 19:15
인문학교육연구소, 13일 필로스팅하우스서 음악감상회
키메라 프로젝트 음반 감상…콘서트·강의 등 매회 다른 포맷

인문학교육연구소와 필로스팅하우스가 음악감상회 ‘슈베르트 겨울 여행’을 오는 13일 필로스팅하우스에서 연다. 작년 12월 ‘김민기 렉쳐 콘서트’ 진행 장면. <필로스팅하우스 제공>

유대인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포크가 융합된 음악을 만들었다. 지역사회 전통과 이주민의 아픔을 결합한 이 독특한 디아스포라 작품을 ‘클레즈머(Klezmer)’라 부른다.

이와 맞물려 베이스바리톤 필리프 슬뤼는 슈베르트 ‘겨울 여행’ 전곡을 클레즈머 스타일로 편곡하는 ‘키메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원곡에 클라리넷, 허디거디(고 현악기)를 가미, 2020년 캐나다 주노상을 거머쥐면서 주목 받았다.

키메라 프로젝트의 음반 ‘겨울 여행’ 전편(24곡)을 감상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인문학교육연구소(소장 양진호)가 펼치는 음악감상회 ‘슈베르트 겨울 여행’이 그것으로 오는 13일 오후 7시 필로스팅하우스.

참가자들은 필리프 슬뤼와 키메라 프로젝트가 2019년 ‘Analekta’에서 발매한 ‘겨울 여행’을 함께 듣고 감상을 공유하게 된다. 진행은 인문학교육연구소장이자 프로이트, 데카르트 등을 연구해 온 철학자 양진호가 맡는다.

필로스팅하우스 강경필 대표는 “2022년 ‘양D의 음악세계’라는 주제로 매주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2023년부터 음악감상회로 확장하면서 별도 감상실까지 마련했다”며 “미니 콘서트나 렉쳐(강의) 등 매 회차 다른 포맷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영화 상영·소설 함께읽기를 비롯해 ‘바흐 마태수난곡’ 전곡 영상실황, ‘비발디 사계-소네트와 함께 듣기’, ‘소리꾼 김율희 특집’ 등 30여 회 행사를 펼쳐 왔다. 이외 클래식 감상회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흐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와 대중가요를 만나는 ‘김민기 렉쳐 콘서트’, ‘유재하&김현식 특집’을 선보였다.

국내에 ‘겨울 나그네 D.911’로 소개된 슈베르트 ‘겨울 여행’은 1828년 출판된 연가곡이다. 뮐러의 시에 노래를 붙인 것으로, 실연을 겪은 한 남자가 눈보라 치는 겨울을 뚫고 나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원곡은 1곡 ‘잘 가오’를 시작으로 ‘풍향 깃발’, ‘얼어붙은 눈물’, ‘얼어붙음’, ‘보리수’, ‘넘치는 눈물’으로 구성된다. ‘도깨비 불’이나 ‘휴식’, ‘우편마차’, ‘이정표’, ‘환상의 태양’, ‘거리의 악사’ 등 로맨틱하면서도 강렬한 작품들도 레퍼토리에 포함된다.

편곡한 버전에 대해 양 소장은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통일감을 유지하는 곡들로 구성돼 있어 개성이 느껴진다”면서 “슈베르트의 낭만과 미학을 키메라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앨범에 담겨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 몬트리올의 음악가 펠릭스 드 레투알·사뮈엘 카리에의 학부 졸업연주회에서 시작됐다는 것.

두 사람은 겨울여행 첫 곡 ‘잘 가오’를 클레즈머 풍으로 편곡해 비디오 클립을 남겼는데, 이를 본 필리프 슬뤼가 연락을 취하면서 첫 단추를 꿰었다고 한다. 이들은 24곡을 나눠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면서도 일체된 결과물을 완성했다. 직접 들어본 키메라 프로젝트만의 버전은 슈베르트의 감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적 지향점을 모색하는 듯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앞서 인문학교육연구소는 스위스 바젤 극장에서 진행했던 ‘겨울 나그네’ 실황 감상회도 광주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안네 소피 폰 오터(메조 소프라노)와 니콜라스 프린시스쿠스(배우)가 선사했던 감동을 오는 행사에서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참가비 1만 원. 문자나 SNS 신청.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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