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인, J.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2025년 01월 31일(금) 00:00
변칙을 통해 아름다움을 만드는 ‘쇼팽’에게서는 자유분방한 리듬이 돋보인다. 그의 작품을 규칙적 패턴을 지향했던 ‘바흐’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예측할 수 없는 쇼팽의 선율은 낯선 미적 발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노벨문학상, 부커상을 석권한 J.M. 쿳시가 펴낸 소설 ‘폴란드인’ 속 주인공 또한 쇼팽 음악을 바흐 풍으로 해석한다. 비단 예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해. 그는 바르셀로나 음악 서클에서 활동 중인 여인 베아트리체와 자신의 차이를 가늠하지만 외려 흠모하는 마음을 키워 간다.

저자는 원제(The Pole·폴란드인)가 상징하는 것처럼 쇼팽과 그의 연인 상드가 도피여행을 떠났던 마요르카에 주목한다. 그곳에서 두 주인공은 실제 쇼팽이 그랬던 것처럼 관계의 전환점을 갖는다.

아울러 익숙한 이름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소설 ‘신곡’ 등에 나오는 단테와 베아트리체 이야기를 원형으로 가져왔다.

이들 서사는 남성 중심으로 풀어냈지만, 작품은 여성 뮤즈의 관점에서 불가사의한 로맨스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여자가 먼저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이어서 곧 남자가 그렇게 한다.”

책은 아름답고도 미묘한 첫 문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두에 따르면 이들이 빠진 사랑의 양태는 처음에는 ‘곤란함’이다. 멀고 서로 달랐던 두 사람이 마주하며 어려움을 마주하지만, 사랑은 그 간극을 매워 준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에서 재스민 리우는 “이 책은 사랑이 욕망의 대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묘사한다”고 평한다. <말하는 나무·1만78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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