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별세
2025년 01월 27일(월) 15:30
향년 102세, 일제 사과와 배상 못받고 노환으로
일제와 전범기업에 의한 강제동원자인 이춘식<사진> 할아버지가 별세했다. 향년 102세.

민족문제연구소는 27일 “일본에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이어왔던 이춘식 할아버지가 이날 오전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4년 나주에서 태어난 이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기술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근로보국대(일제가 조선인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조직)에 지원했다.

하지만 신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에 투입된 이 할아버지는 기술을 배울 수도, 돈을 벌 수도 없었다.

그는 하루종일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나온 철을 가마에 나르는 일에 동원됐다. 철재 위로 넘어지면서 배를 크게 다쳐 입원해야했고, 배 위에는 큰 흉터가 남았다. 일본 헌병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와 “게으름을 피운다”며 발길질을 했다.

그렇게 3년여를 일했지만 “나라에서 저축해준다”는 말만 들었을 뿐 손에 쥔 임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제철소에 갔을 때는 폭격으로 공장이 폐허가 된 상태였다.

임금을 포기한 채 살았던 이 할아버지는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권리가 소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2005년 동료 3명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3년여동안 지리한 소송전 끝에 2018년 대법원의 최종 승소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 투쟁을 함께했던 동료 2명은 이미 곁을 떠난 후였다.

힘겹게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일본기업들은 배상을 거부했고, 2023년 윤석열 정부는 제3자변제안을 제시했다. 당시 이 할아버지는 “대통령이 국민 눈치는 안 보고 일본 눈치만 본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춘식 할아버지의 빈소는 광주시 서구 매월동 VIP장례타운 2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9시 40분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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