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1월 10일(금) 00:00
‘드라마, 오징어게임’

456명이 돈을 걸고 게임을 한다. 1인당 1억원씩 책정된 이 게임에서 패자는 죽임을 당하고, 한 명이 죽을 때마다 1억원씩 적립 돼 최종 우승자가 돈을 챙긴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야기다. 오징어게임은 매일 하나의 게임을 마친 뒤 살아 남은 사람을 대상으로 ‘계속 게임을 이어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하게 한다.

투표를 통해 다음 날에도 게임을 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의 가슴에 ‘O’표, 반대하는 참가자는 ‘X’표를 붙여야 한다. 가령 첫날 게임에서 50명이 죽었으면 총 상금은 50억원이며, 남은 사람이 이 상금을 나눠가져 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게임을 더 하거나 참가자들이 많이 죽을 수록 챙길 수 있는 돈도 많아진다. 덩달아 매일 밤 진행되는 투표의 결과도 점치기 힘들어진다. 드라마에서는 찬반이 팽팽해지면서 양 진영이 서로 죽이는 비극까지 벌어진다.

‘현실, 대한민국’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도 거대한 ‘오징어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 국민들도 분열되고 있다. 드라마 속 인물처럼 우리 국민도 가슴에 보이지 않는 ‘O·X’표를 각각 붙이고,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현실도 드라마 전개와 유사한 흐름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이 폭설에도 응원봉을 흔든 진보당 정혜경 의원의 사진을 윤 대통령 지지자인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O·X’ 논쟁도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40%에 달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길들이기’라며 반발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각 진영이 표 단속에 나서는 후진적 정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이탈표 색출에 몰두하고, 야당도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 표결을 포기하고 자식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김문수 국회의원을 맹비난했다.

차이점은 있다. 드라마는 재미라도 있지만 현실은 비극 그 자체이며, 더 많은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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